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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최첨단 건물인데 안뜰·처마가… ‘파티오 하우스’

황태자의 사색 2022. 2. 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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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최첨단 건물인데 안뜰·처마가… ‘파티오 하우스’

문 열고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단독주택 짓기

김리영 땅집고 기자
입력 2022.02.22 03:00
 
 
 
 
 
판교신도시에 지은 2층 단독주택 ‘파티오 하우스’. 주택 내부에 중정(아래 사진)을 만들어 바람과 볕이 집 전체에 골고루 통하도록 디자인했다. 왼쪽 작은 도면은 파티오하우스 주요 공간 배치로 전통 한옥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남선 작가

각양각색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들어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운중동 일대. 일반적인 단독주택보다 2배쯤 큰 땅(455㎡·약 137평)을 차지한 이층집 ‘파티오 하우스’(Patio House)가 눈에 들어온다. 집 중앙부 외벽은 흰색 세라믹 사이딩으로, 저층부는 짙은 회색 석재로 각각 마감했다. 외벽엔 작은 창만 몇 개 나있다. 출입구 옆에도 식물을 심어 바깥에서 내부를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다. 언뜻 보기엔 출입구를 제외하면 사방이 꽉 막힌 모습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밝고 따뜻하고 바람이 잘 통하며 답답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이 집을 설계한 현상일 구도건축 대표는 “집안에 특별한 공간, 바로 중정(中庭)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했다.

배우 이영애 씨 집을 설계해 유명세를 탔던 현 대표는 일산·판교·가평·양평 등지에 단독주택 170여 채를 설계한 베테랑이다. 현 대표는 다음달 22일 조선일보 땅집고가 개설하는 ‘사례와 현장 스터디로 배우는 단독주택 건축’ 과정에서 성공하는 집짓기 노하우를 알려준다.

◇중정으로 사생활보호·채광 동시 확보

건축주는 부부와 두 딸이 함께 살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현 대표를 찾았다. 건축주는 사생활 보호가 잘되는 집을 원했다. 현 대표는 “신도시 단독주택촌은 주변 땅이 비어있어도 언젠가는 집이 다닥다닥 들어서기 때문에 창을 크게 내면 사생활 보호가 어렵다”며 “중정을 통해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 충분한 햇빛과 개방감을 확보하는 것이 설계 포인트였다”고 했다.

파티오하우스 부지는 동쪽으로 도로, 서쪽으로 보도를 각각 접했다. 남쪽과 북쪽엔 각각 단독주택이 자리잡았다. 사생활을 보호하려면 담장을 쳐야 하는데 택지지구 관련법상 불가능했다. 악조건을 극복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중정이었다. 중정은 집 내부 작은 안뜰이다. 한옥으로 치면 안마당과 같다. 창을 최소화해도 중정을 만들면 심지어 지하 공간까지 햇빛과 바람이 잘 드는 효과가 있다.

현 대표는 “전통 한옥에서 영감을 얻어 이 집을 설계했다”고 했다. 한옥은 출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정중앙에 안마당이 나오고 이를 사랑채와 안채가 둘러싼다. 이 집도 마찬가지다. 현관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중정이 나오고 거실과 안방이 중정을 에워싼 구조다. 1층에 거실과 주방·안방을 앉혔고 2층에 자녀 방과 가족실·다락이 있다. 지하는 건축주 취미 공간인 음악실로 구몄다. 출입구 옆 차고에는 주차장(2대)이 있다.

 

단독주택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는 볕과 바람이다. 계절에 따라 적절한 자연광을 들이고, 공기가 실내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통하도록 해야 한다. 파티오하우스도 집 안에 통풍이 잘 되는 바람길을 만들었다. 현 대표는 “단독주택 건축에서 남쪽 창은 크게, 북쪽 창은 작게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옥에서도 2개 이상 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집 역시 남쪽에 큰 창이 있고, 북쪽으로 작은 창을 냈다.

◇지붕엔 처마, 2층 계단엔 문 달아

집안 주요 공간에 햇빛이 잘 들도록 남향으로 설계했다. 남쪽 대지에 정원을 만들고 거실과 안방, 서재, 2층 자녀방 모두 남쪽 정원을 바라도록 배치했다. 정원과 중정에는 건축주가 원하는 식물을 심었다. 정원에 심은 나무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서 도로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단, 외부에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조절할 수 있도록 창에는 처마를 달았다. 그런데 지붕이 긴 한옥 처마와는 좀 다르다. 주택의 단차와 벽체의 깊이감를 활용해 처마와 같은 기능을 하도록 만들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옆으로 여닫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이는 두 딸이 독립해서 나갈 경우를 고려한 것. 2층이 비어있을 때 계단 문을 닫아두면 1층 실내 열기를 빼앗기지 않아 단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 대표는 “단독주택하면 불편하다는 편견이 많지만 요즘엔 아파트 못지 않게 살기 편한 집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면서 “나에게 꼭 맞는 집을 지으려면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충분히 연구해 전문가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