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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영 앤 리치” 요즘 PB들 비상장 베트남 기업까지 뒤진다

황태자의 사색 2022. 2. 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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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영 앤 리치” 요즘 PB들 비상장 베트남 기업까지 뒤진다

3040 ‘젊은 큰손들’ 급증… 고객 유치 치열한 경쟁

입력 2022.02.22 03:00
 
 
 
 
 

“투자금 480억원이 1시간 반 만에 모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삼성증권의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전담 컨설팅 조직 ‘SNI’의 백혜진 상무는 작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당시 ‘영앤리치(young & rich·젊은 부자)’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삼성증권은 케이뱅크 유상증자 금액 중 480억원을 조달하기로 하고 이를 ‘The SNI’에 맡겼는데, 불과 1시간30분 만에 목표액이 채워졌다. ‘큰손’ 고객들을 관리하는 PB(프라이빗 뱅커) 센터에서는 며칠씩 걸리던 일이 순식간에 끝난 것이다. 백 상무는 “벤처 출신 거부들은 벤처 기업을 경영하며 직접 투자를 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 대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며 “재무 담당 비서를 따로 두지 않고 대부분 직접 투자처를 정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속도도 더 빠르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 결과, 이런 신흥 부자가 보유한 자산인 ‘뉴머니’ 규모는 ‘올드머니’보다 2배 빠르게 성장해 2030년에는 전체 부유층 자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30~40대 영 앤 리치를 잡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하다. 영 앤 리치는 주로 주식 지분 매각 등으로 자산을 형성했기 때문에 부동산 못지않게 금융 투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IPO(상장)나 스톡옵션, 가상화폐 등으로 부를 거머쥔 젊은 고액 자산가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작년 말 미래에셋증권의 30억원 이상 보유 고객 2710명 중 30·40대는 18%(489명)로, 3년 만에 2.7배로 불어났다. NH투자증권의 30억원 이상 보유 고객도 2019년 319명에서 2021년 440명으로 2년 만에 37% 늘었는데 이들의 1인당 평균 자산은 308억원에 달했다. 젊은 ‘큰손’이 금융사의 ‘미래 수익원’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똑똑하고 까다로운 영 앤 리치 입맛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대박’을 거둔 30·40대 부자들은 주식 투자에서도 기대치가 높다. 한 은행 PB는 “영 앤 리치는 언론에 자주 보도된 메타버스나 2차전지 테마주는 식상해한다”며 “베트남에 있는 이커머스 업계 비상장 주식 정도를 추천해야 귀 기울인다”고 했다.

 

영 앤 리치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PB들은 실시간으로 최신 경제 뉴스를 체크하고, 미국이나 베트남, 미얀마 등 해외 영업점으로부터 따끈따끈한 현지 정보를 입수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 평소 접해보지 못한 ‘돈 되는 정보’ ‘신산업’을 골라내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다.

고객과 자주 전화 통화를 하고 명절 선물을 챙기는 등 고객 관리 방식으로는 영 앤 리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한 증권사 PB는 “올드 리치들은 지인 추천이나 금융사 브랜드 파워를 보고 PB센터를 고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영 앤 리치들은 철저히 PB 센터별 투자 실적이나 전문성을 따져본 뒤 계약한다”며 “단기간에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면 PB센터를 바로 바꾸기 때문에 PB들이 철저히 전문성을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미래의 영 앤 리치에 투자하는 은행들

미래의 영 앤 리치가 될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해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금융사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서울 AI양재허브에 입주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100여 사에 대한 금융·비금융 컨설팅을 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맞춤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세무나 법률 지원도 해준다. 기업 금융에 강한 장점을 살려 벤처 투자를 원하는 PB 고객과 투자 자금 조달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업 초창기에 인연을 맺어 놓으면 꾸준히 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벤처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은행 차원에서도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5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경기도 판교에 젊은 오너들을 공략하기 위한 특화 점포를 열었다. 기업의 지분 관리와 세무, 퇴직연금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영 앤 리치를 겨냥해 모바일 앱으로 PB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4월 서비스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기존 PB 고객 중 40%가량이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