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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반갑다. ‘로스트아크’의 성공은 업(業)의 본질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로스트아크’는 사실 신작이 아닌 ‘중고 신인’이다. 2018년 국내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다. 개발 기간만 7년, 개발비는 약 1000억 원이나 투입됐다. 많은 게임사들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몰려갈 때, PC 대작게임 개발을 묵묵히 밀어붙였다. 출시 후에도 곧장 세계로 향하기보단 3년여 동안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을 다듬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매출을 포기하고 유료 거래 서비스 일부를 유저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응원하는 기부 캠페인을 하고 본사가 있는 지하철역에 개발팀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소통으로 게임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군단장 레이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요청에 맞춰 지속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한 결과 글로벌 흥행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요즘 게임사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대체불가토큰(NFT)’,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등을 선언하며 밖으로만 달려간다. 물론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과 사용자들의 신뢰라는 기본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즐길 거리가 없는 메타버스는 진열대가 텅 빈 상점처럼 공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게임은 노동일 뿐이다. 이용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신사업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