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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조원 규모로 클 ‘디지털 쌍둥이’에 꽂힌 기업들

황태자의 사색 2022. 3. 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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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조원 규모로 클 ‘디지털 쌍둥이’에 꽂힌 기업들

입력 2022.03.02 10:36
 
 
 
 
 

글로벌 대기업들이 ‘디지털 쌍둥이’에 푹 빠졌다. 바로 ‘디지털 트윈(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복제해 시험하는 것)’이라는 기술로, 현실과 별개인 가상 세계 메타버스와 달리 현실의 상태를 디지털 공간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 자동차뿐 아니라 공장·도시 심지어 지구까지 복사해 가상공간에서 가동할 수 있다. 크기조차 가늠 못 할 이 새로운 세상을 선점하려고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현대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트윈 시장은 2026년 333억달러(약 40조1099억원)에서 2035년 1153억달러(약 138조8789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양진경

◇ 자율주행·스마트 공장·선박 운항...현실을 가상공간으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에 글로벌 기업들 푹 빠져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시험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마천루가 지어졌을 때의 주변 차량 흐름, 아직 설계 수준인 공장의 시험 가동같이 실제 현실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것이다. IT업계에서는 스마트 공장과 도심 자율 주행을 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일찌감치 자율 주행용 디지털 트윈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2016년 첫 번째 디지털 트윈 제작용인 실내 자율 주행 로봇 ‘M1′을 공개했다. 이어 네이버는 로봇·차량·비행기를 활용한 입체 고정밀 지도 제작에 성공했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 주행 상용화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후 네이버는 서울시, 인천공항, 부평역, 국립중앙박물관 등 실제 공간을 가상공간 속 디지털 트윈으로 복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그동안 전사적 기술 역량을 쏟아온 인공지능·로봇·디지털 트윈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 ‘아크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 내 도시들을 디지털 트윈으로 옮기는 프로젝트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도 자율 주행 서비스를 위한 디지털 트윈 진출을 선언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열린 첫 테크 콘퍼런스에서 “올해를 디지털 트윈 제작 원년으로 삼아 이동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며 디지털 트윈용 모바일 지도 제작 시스템 ‘아르고스’를 소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디지털 트윈 고도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지도 제작 스타트업 스트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스마트 공장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다. SK텔레콤은 국내 중견·중소 제조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안전 제고를 위한 ‘구독형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며 지난해 9월 국내 기업·기관 20곳과 함께 디지털 트윈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공장 설비와 안전 시설을 실제 건설 전에 미리 가상공간에서 실험해 위험을 막고,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것이다.

제조업 회사들도 디지털 트윈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미래 모빌리티 연구 기지가 될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완공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트윈 공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공장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공장 가동률을 시험해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계열사 한국조선해양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박에 접목해 세계 최초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가상 시운전 기술을 개발했다. 이 안에서 운반선의 핵심 설비 성능을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현대중공업은 스마트 조선소도 클라우드 공간 안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구 복제해 기후 위기 예방하겠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GE), 다쏘시스템 등 IT·제조업체들이 산업 현장을 혁신하기 위한 디지털 트윈 설루션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스케일이 큰 곳은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다. 지난해 11월 엔비디아는 아예 디지털 트윈 지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어스2라는 이름의 수퍼컴퓨터를 개발해 디지털 트윈 지구를 만들겠다”며 “10~30년 뒤 지구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해 더 늦기 전에 (지구온난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했다. 어스2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바다·육지·빙하·동물 등 모든 물리적 움직임을 디지털 트윈 속에서 각각 구현해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신형 인공지능(AI)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활용해 계산 속도를 지금의 100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