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맛] 뮤지컬 빠졌던 문과 출신이 대기업서 550억 받은 비결
쿠캣 이문주 대표
창업 7년 만에 GS리테일에 지분 일부 매각
MZ가 보는 음식영상-간편식 연결한 ‘푸드 콘텐츠 커머스’ 기업
음식콘텐츠-데이터-제품-콘텐츠의 선순환 구조
아무리 좋은 직장 들어가도 ‘집 한 채’ 사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MZ들은 ‘내 사업’ ‘사장님’을 꿈 꿉니다. 창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해 조선일보가 선배 창업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장이 됐나, 대체 사장은 어떤 맛인가. ‘선배 사장’을 심층 인터뷰해 ‘창업 실전 MBA’를 써드립니다. 자랑, 성과 같은 단맛은 물론, 창업 과정의 짠맛, 쓴맛을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GS리테일이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은 푸드 스타트업 주식회사 쿠캣(cookat)을 공식 인수한다.” “GS리테일, 쿠캣 인수하고 3300여만명의 글로벌 MZ세대 품는다.” 지난 1월 GS리테일은 550억원을 투자해 쿠캣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주식회사 쿠캣은 간편식(HMR) 전문 푸드몰 ‘쿠캣’, 국내 최대 음식 커뮤니티 ‘오늘 뭐 먹지?’와 레시피 동영상 채널 ‘쿠캣’ 등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GS리테일 자회사가 됐지만, 창업자인 이문주씨가 계속 대표직을 맡아 경영합니다. ‘사장의 맛’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쿠캣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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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 문주씨는 취직 준비가 전혀 없었다
1987년생인 이 대표는 준비된 창업자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창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학(고려대 심리학과) 시절을 뮤지컬 동아리에서 보냈어요. 친구들은 대기업 인턴도 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데 저는 전업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했어요. 4학년 올라갈 때까지 토익도 안봤어요.” “뮤지컬 배우 하기엔 잘 생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룬 형들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고요. 막연히 뮤지컬 하는 회사에 취직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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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 대학 창업수업에서 빛났던 문주씨
대학 3학년 겨울방학, 그에게 기회가 옵니다.
“대학 ‘선배의 밤’ 행사에서 만난 선배가 운영하는 SI(시스템통합) 회사에 3학년 겨울 방학 때 인턴으로 들어갔어요. 3개월간 일해보니 재밌더라구요. 아 내가 기획한 게 실제로 이렇게 작동하는구나. 이런 걸 경험한 거죠. 4학년 1학기 때 ‘캠퍼스 CEO’라는 교양 수업, 그게 결정적으로 창업의 계기가 됐죠.”
-교양수업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요?
“캠퍼스 CEO 수업에서 조별과제로 ‘모두의 지도’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장소를 쉽게 찾아주는 서비스였죠. 스터디룸+주차가능+흡연가능 이런 식의 조건을 넣으면 장소를 추천하는 서비스였어요. 창업경진대회에서 상도 받고, 정부 지원금도 받게 됐어요. 4학년 1학기가 끝나고 바로 휴학을 했어요. 창업을 할 수 있겠구나, ‘뽐뿌’가 들어온 거죠.”
그는 휴학한 해인 2013년 말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창업에 들어섭니다. 2015년에는 당시 구독자 200만명을 보유한 온라인 음식 커뮤니티 ‘오늘 뭐 먹지?’ 운영자 윤치훈씨(현재 쿠캣 이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쿠캣은 식음료 등 700여개의 상품을 판매하며 2015년 2억7000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00억원대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홍콩에만 매장이 6개입니다.
쿠캣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콘텐츠 커머스라는 ‘단단한 근육’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쿠캣은 국내 최대 음식 커뮤니티 ‘오늘 뭐 먹지?’, 글로벌 레시피 동영상 채널 ‘쿠캣’ 등 온라인 채널을 70여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쿠캣이 운영하는 푸드 콘텐츠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이 전세계 3400만명이나 됩니다.
쿠캣은 온라인 채널에 콘텐츠를 제공해 구독자를 불러모으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로 취향 저격 제품을 만듭니다. 새 제품이 나오면 또 다시 콘텐츠로 만들어 구독자를 모으는 콘텐츠 커머스의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회사 이름은 원래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다는 의미로 ‘쿡앳홈(cook at home)’으로 하려다가 너무 길어서 쿡앳으로 줄이고 발음나는대로 쿠캣으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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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 “돈 쏴주신다면서요?” 문주씨는 속이 탔다
‘모두의 지도’ 첫 사업은 뛰어난 아이디어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습니다. 실제는 ‘고난의 행군’이었습니다.
“대기업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심사역이 5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어요. 계약서 초안까지 썼죠. 그래서 ‘아 이제 돈 들어오니까 빨리하자’고 생각하고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을 구하고 동업자 1명과 함께 직원 8명도 고용했어요. 그런데 투자금이 안 들어왔어요.”
-그럼 무일푼으로 시작한 건가요?
“과외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놓은 20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정부지원금도 1000여만원 받았고요.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데, 들어올 줄 알았던 투자금은 결국 안 들어오고. 부모님에게 600만원 빌리고, 군대 선임에게도 400만원을 빌렸는데, 결국 법인 설립 6개월 만에 모두 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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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 : “돈 못갖고 오는 사장이 사장이냐” 직원이 떠났다
법인 설립 6개월이 지난 뒤 이 대표의 ‘회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본 때입니다.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자, 대표인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저를 포함해 총 직원이 10명이었는데, 제가 나가줬으면 하더군요. 제가 더 이상 투자금이나 지원금을 끌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 거죠. 저는 나갈 수 없다고 버텼구요. 결국 법인 설립한 지 반년 만에 동업자를 포함해 개발자 8명 모두가 같은 날, 회사를 떠났어요. 남은 건 저와 인턴으로 뽑은 후배(현재 쿠캣 이사) 그리고 2000만원의 빚이었죠. 그날이 아직도 생각나요. 고려대 경영대 건물 앞에 앉아서 후배에게 ‘야 우리 이제 끝난 거 아니냐?’고 말했던 장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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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 투자자님보다 무서운 ‘개발자님’
스스로도 한때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원동력은 ‘매운 맛’이었습니다.
“사실상 망했죠. 그런데 이대로 망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진 건, 아이디어와 열정밖에 없지만...그래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고 생각했죠.”
이 대표는 아이디어와 열정밖에 없었지만, 그에게 투자한 엔젤 투자자가 있었습니다. 고벤처포럼에 참석한 이문주씨를 지켜본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이 투자자를 소개해준 것입니다.
“만난 자리에서 바로 투자하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바로 그 주에 5000만원을 투자해주시더라구요.”
“창업자에겐 무엇보다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외부에서 자원을 끌어오기 위해 투자자를 설득하고, 우리에게 없는 역량을 얻기 위해 외부 인사를 설득해서 데리고 오고, 결국엔 마케팅으로 유저(소비자)를 확보하는 것까지... 모두 설득하는 작업이더라고요.”
투자만 받으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답니다.
“1년간 개발자에게 투자금을 거의 다 썼는데, 완성도 안된 상태에서 퇴사해버렸어요. 개발에 쓰느라 저는 1년 동안 매달 70만원 정도만 가져갔는데...”
속된 말로 ‘존버’(무조건 버티기)의 나날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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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단맛 :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맺어주더라
그때 첫 투자를 했던 엔젤 투자자가 다시 도움을 줬습니다. 2015년 여름,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는 윤치훈 대표와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이 대표는 “둘이 얘기를 하다 보니까 마음이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합병을 하게 된 건가요?
“구독자 200만명인 ‘오늘 뭐 먹지?’는 마케팅 역량이 있는데 어떤 걸 개발해야 할지, 어떤 사업을 해야할지 사업 기획을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반대로 사업 기획은 잘 하는데 마케팅 역량이 없었죠. ‘둘이 합치면 의미있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합병을 하게 된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게, 금요일에 술 마시면서 합병 얘기를 했고, 3일 뒤 월요일에 사무실을 합쳤어요. 상의 끝에 제가 대표를 맡게 됐고요.”
-합병한 뒤 사업 아이템은 어떻게 정리했어요?
“‘오늘 뭐 먹지?’가 있으니까 콘텐츠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모두의 지도는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요. 그전까지는 인터넷에서 사진이랑 텍스트만 보던 사람들이 페이스북 등에서 영상을 보기 시작한 때였어요. ‘오늘 뭐 먹지?’도 사진 위주였죠. 이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개인화된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그럼 나는 오늘 뭐 먹지?’ 고민할 것이라 판단했어요. 음식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믿었죠. 여름에 합병을 했는데 그해 10월쯤 주변 소개로 11억원을 투자받았어요.”
-수익원은 뭐였나요?
“처음에는 편의점 신제품이나 맛집을 알려주는 콘텐츠, 그리고 레시피를 소개했어요. 수익원은 광고 뿐. 그래도 ‘구독자’가 많으니, 추가로 투자가 들어왔어요. 투자받은 돈으로 직접 상품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우리가 직접해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자체상품(PB)을 개발해서 판매하게 됐죠.”
-인터넷 쇼핑몰 홍수 시대인데, 성공한 비결은요?
“저희가 각종 인터넷 채널을 보유하고 있잖아요. 콘텐츠를 통해서 소비자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빨리 알게 됩니다. 그걸 바로 제품으로 만든다는 게 강점이죠.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아니라도, 새 브랜드와 제품을 사는 데 주저함이 없어요. 뻔한 제품 말고, ‘꼭 사먹을 이유’가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기업 하나를 안착시키는 일은 정말 긴 여정입니다. 이문주 대표가 ‘창업하려는 후배’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합니다. 쿠캣 대표의 ‘실전 창업 MBA’입니다. 7일 월요일 기사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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