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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아니어도 카메라 쓸 곳은 너무 많으니까[앤츠랩]

황태자의 사색 2022. 3. 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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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아니어도 카메라 쓸 곳은 너무 많으니까[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2.03.07 07:00

자동차에도 반도체에도 그냥 공장에서도 ‘모듈’, ‘모듈’ 하는 시대입니다. 원래는 건물을 지을 때 특정 구역이나 층을 뜻하는 말이었다는데 요즘은 뜻도 참 다양. 대충 생각하면 ‘몇 가지 부품을 모은 집합체’ 정도랄까요? 최근 부쩍 큰 관심을 받는 게 카메라모듈인데요. 스마트폰 같은 곳에 넣는 작은 카메라. 쓰임새가 상당히 넓습니다. 오늘은 파트론, 구독자 7seag****@naver.com 님께서 제안해 주셨습니다.

카메라모듈. 셔터스톡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순식간에 바뀌는 게 유행이라는데 카메라도 참 그렇습니다. 괜찮은 DSLR 하나 갖는 게 소원이던 시절이 불과 십수 년 전. 미러리스가 등장했고, 금방 거품이 꺼졌죠. 여전히 우리에게 카메라 기능은 중요(SNS가 죽지 않는 한)하지만 손안에 있으니 목마름이 덜합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참 많은 걸 바꿨죠.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카메라모듈끼리의 전쟁이 한창!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초창기 카메라는 1개였지만, 지금은 전면·후면, 게다가 서너개씩! 제대로 물은 들어온 겁니다. 누가 노를 잘 젓고 있을까요? 카메라모듈과 관련해선 LG이노텍, 삼성전기 등을 다룬 적이 있는데요. 실력 있는 중견 업체도 적지 않습니다. 파트론도 그중 하나. 사실 국내 IT 부품 업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많은 장비 어깨에 메고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셔터스톡

파트론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보다 11.3% 증가한 1조3127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87.7%나 늘어 78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카메라모듈 업계는 대체로 부진했는데요. 반도체 공급난 여파로 스마트폰도 많이 만들지 못했기 때문. 파트론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죠.

파트론이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건 너무나 매력적인 고객을 두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주로 갤럭시A)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합니다. (회장이 삼성전기 종합연구소장 등을 거친 삼성맨 출신인 건 안 비밀!) 파트론은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보급형 카메라모듈 공급 능력도 갖추고 있어서 지난해 공급난을 어느 정도 피해갔다는 평가!

같은 갤럭시라도 카메라모듈 제조사는 한 곳이 아닌데요. 파트론과 엠씨넥스 등이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 공급사입니다. 파트론의 경우 전체 매출의 76%가량이 휴대폰용 부품. 매출처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80% 이상입니다. 사실상 ‘갤럭시 시리즈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실적이 달려있다는 말씀.

갤럭시 신작 S22. 연합뉴스

일단 올해는 괜찮을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7.2% 증가한 14억9200만대를 기록할 거로 예상. 반도체 부족 이슈가 조금씩 해소되는 추세인데요. 삼성전자나 애플처럼 공급망인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가 회복 속도도 빠를 거로 보입니다. 기대작인 갤럭시 S22, A23의 초반 분위기도 좋은 편!

프리미엄급에만 적용했던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A시리즈에도 확대하기로 한 건 이익 측면(단가 높음)에서 호재로 보입니다. 좀 더 길게 보면 폴더블폰의 성장세도 기대할 만한 포인트. 실제로 주변에 쓰는 사람이 엄청 늘었죠.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2021년 890만대→2024년 3000만대로 연 평균 50% 이상 성장할 거로 관측됩니다. 폴더블 시장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파트론도 함께 웃을 수 있죠.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연합뉴스

여전히 카메라모듈 비중이 월등하지만, 센서모듈이나 전장부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는데요. 센서는 스마트폰 지문인식 센서와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심박 센서 등이 대표적. 관련 매출이 지난해 1971억원에서 올해 2700억원대로 커질 전망. 센서모듈은 카메라모듈보다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꽤 쏠쏠!

전장부품 쪽은 사실 진출 자체가 좀 늦었는데요. 경쟁사인 엠씨넥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차량용 카메라 시장을 두드려온 것과는 시차가 좀 있죠.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카메라모듈과 스마트 헤드라이트용 LED 등을 양산 중. 아직 규모는 작지만,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이미지. 셔터스톡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도 중장기적으론 기회가 될 전망. 지난해 애플 XR(확장현실) 기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LG이노텍이 급등했던 일 기억하실 텐데요. 이런 일 더 빈번해질 듯합니다. 자율주행이나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엔 아직 물음표가 붙어있는 게 사실인데요. 속도의 문제일 뿐 카메라모듈이 더 많이 쓰일 거란 점은 분명하죠.

일단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괜찮을 듯.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8000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12월 말 1만3000원대로 치솟았죠. 물론 올해 초 강한 조정장은 파트론도 피해 가지 못했는데요.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작았고, 지금은 1만10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카메라모듈이 유망하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고,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거래선까지. 무슨 걱정이냐 하겠지만, 마냥 좋을 리가 있나요. 사실 카메라모듈은 조립 기술이 핵심인데요. 웨이퍼는 삼성전자, 렌즈는 세코닉스, 필터는 또 어디 부품을 사다가 잘 조합하는 거죠. 기술 수준이 엄청나게 높은 영역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그나마 변별력이라 할만한 흔들림 보정이나 자동 초점 등의 기술 격차도 많이 좁혀진 상태.

카메라모듈. 셔터스톡

이미 경쟁이 치열하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도 변수죠. 부품사가 다 그렇듯 전방시장(스마트폰)이 어떠한 이유로 흔들리는 경우(예컨대 신제품 판매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거나, 최근엔 우크라이나 사태로 네온가스 수급에 문제가 생길 거란 우려도 있죠)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실제로 파트론은 2013년 전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고꾸라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의 트리거가 바로 갤럭시 S4의 판매 부진 논란(실제론 딱히 덜 팔리지도 않았음)!

결론적으로 6개월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