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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띄우는 액면분할과 재무구조 개선용 ‘감자’ 잘 구분해야

황태자의 사색 2022. 3. 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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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띄우는 액면분할과 재무구조 개선용 ‘감자’ 잘 구분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3.12 00:20

지면보기지면 정보

실전 공시의 세계 

아마존이 액면분할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9일(현지시간) 이사회에서 20대 1 액면분할과 함께 100억 달러(약 12조 3000억원)어치의 자기주식(자사주)을 매입키로 의결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액면분할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액면분할 상장사는 2018년 35개에서 2020년 16개로 줄었다가 2021년 24개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3월 초까지 벌써 9개 기업이 액면분할 공시를 냈습니다.

액면분할은 말 그대로 주식의 액면가를 낮추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10대 1로 분할하면 액면가 500원 주식 10주가 됩니다. 액면병합은 그 반대입니다. 액면가 500원 주식을 10대 1로 병합한다는 것은 주식 10주를 묶어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주로 바꿔주는 것을 말합니다. 액면분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 부양입니다. A사 주가가 10만원(액면가 5000원)인 상태에서 10대 1 액면분할을 하면, 1주당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10주로 교환받습니다. 발행주식수가 10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는 10분의 1로 조정되어 1만원이 됩니다.  액면분할을 해도 주주들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외형상 주가는 낮아지고 유동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당 가격이 꽤 높았던 주식의 경우 액면분할을 하면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해집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50대 1의 액면분할(5000원→100원)을 단행했습니다. 현재 주가가 7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분할 전 시점으로는 350만원 선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현재 주가(9일 종가 기준 2785.58 달러)가 오는 6월 6일 액면분할 시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분할 이후 주가는 139.28 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합니다. 아마존은 “투자 희망자의 매입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아마존의 액면분할은 1997년 상장 이후 네 번째인데, 최근 미국에서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올해 2월), 애플(2020년), 테슬라(2020년) 등 빅테크의 액면분할이 눈에 띕니다.

올 들어 우리나라 상장사의 액면분할도 두드러집니다. 신영와코루, F&F, 한미반도체, 신세계인터내셔날, 아세아시멘트 등 9개 기업이 2~10대 1 액면분할을 공시했습니다.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는 대부분 단기에 그칩니다. 기업 펀더멘털과는 관련 없는 이벤트라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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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액면가를 낮춘다고 모두 액면분할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겠습니다. 액면분할은 예컨대 액면가를 5분의 1로 낮추면 주식수는 5배로 증가합니다. 액면가를 5분의 1로 낮추더라도 주식수를 그대로 ‘유지’하면 ‘액면가 조정방식의 감자(자본금 감소)’가 됩니다. 이런 식의 감자는 부실기업이 회계적으로 자본잉여금을 만들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액면분할과는 잘 구별해야겠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