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지친 세상… 치유의 색, 녹색이 뜬다
휴대폰·세탁기·밥솥까지… 가전제품 GREEN을 입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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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에 두 가지 새로운 색상을 추가했다. 초록색 계열인 ‘알파인 그린’과 ‘그린’이다. 작년에 출시한 아이폰13의 판매량을 다시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그린을 택한 것이다. 애플의 발표 직후 미국 삼성전자 법인은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그린? 오늘 정말 기분 우쭐하네”란 글을 남겼다. 삼성전자가 앞서 그린 색상의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했다는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삼성은 작년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3’에 이어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도 나란히 그린 색상을 도입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통신업체들이 갤럭시S22 예약 판매를 했을 때도 블랙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색상이 그린이었을 정도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색상별 판매량은 팬텀블랙(33%), 그린(24%), 화이트(23%), 버건디(20%) 순이었다.
애플의 가세로 세계 1·2위 스마트폰 업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력 색상으로 나란히 그린을 내세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이번 시즌 스마트폰 업계에서 가장 핫한 색은 그린”이라고 했다.
◇IT 업계 ‘그린의 부상’
그린 열풍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에어컨⋅세탁기⋅전기밥솥과 같은 생활가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체주기가 길고 집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전은 블랙이나 화이트, 그레이, 실버 같은 질리지 않는 무채색 계열이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비스포크’나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처럼 다양한 색상과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가전의 등장과 함께 그린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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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가전 업체인 LG전자는 “최근 그린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2020년 프리미엄 가전인 오브제컬렉션에 그린을 처음 도입했는데, 소비자들이 블랙·화이트 대신 그린을 잇따라 택하는 게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상단 건조기·하단 세탁기로 구성된 ‘LG 워시타워’에서 하나 이상 그린을 택한 고객 비율이 50%에 이른다”며 “상냉장·하냉동 냉장고에서도 도어(door·문) 패널에 하나 이상 그린을 택한 고객이 20%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고무된 LG전자는 에어컨⋅빔프로젝터 등 다양한 제품군에 그린 색상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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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 가전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안마의자 업체인 휴테크는 올 초 제품 전면에 ‘포레스트 그린’을 입힌 안마의자를 출시했고, 스마트카라는 ‘네이처그린’ 색상의 음식 처리기를 내놨다. 쿠쿠는 금속 느낌의 ‘메탈릭 그린’을 적용한 전기밥솥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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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동경, 디자인 포인트”
IT 업계는 철저한 트렌드 분석과 전문 색채연구소와의 협업 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색을 선정한다. IT·디자인 업계에서는 그린의 부상(浮上)이 최근의 시대상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에 선제적으로 그린 색상을 적용한 삼성전자는 “그린은 유채색 가운데 대중적이면서도 포스트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색상”이라며 “안정과 힐링(healing)을 원하는 최근 소비자들의 시대적 요구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가전에 그린을 확대 중인 LG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고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자연에 대한 열망과 동경 역시 커지고 있다”며 “그린은 메가트렌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컬러군’에 속하는 색상으로 주거 공간에 적합한 톤을 개발해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가 기존 세대와 달리 무채색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그린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가전업체 쿠쿠 관계자는 “과거엔 튀지 않고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노톤 색상이 인기였지만, 최근엔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주축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컬러 가전을 찾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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