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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상화폐 투자자 모임인 헤리티지 DAO(탈중앙화 자율조직)가 간송미술관으로부터 구입한 국보 금동삼존불감(金銅三尊佛龕) 소유권을 간송 측에 다시 돌려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증도가자 사건이 떠올랐다. 간송과 DAO 간 매매계약 체결과 이른바 ‘기부’ 발표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23일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에서 헤리티지 DAO로 소유자가 변경된 지 불과 21일 만에 발표된 DAO의 ‘기부’ 방침은 소유 지분의 51%만 전 관장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지분 투자’나 ‘공동 소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리티지 DAO에는 외국인을 포함해 5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개인 혹은 법인만이 국보, 보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 DAO 참여자가 대표로 있는 싱가포르 소재 법인을 매매계약 주체로 내세웠다. 문화재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에 있다는 해당 법인이 투자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종의 조합에 가까운 DAO가 임의로 지정한 법인을 권리주체로 인정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감에 대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수익화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 초 경매시장에서 유찰된 불감으로 조만간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DAO가 불감 매입에 나선 이유를 NFT 발행에서 찾는 이가 많다. 앞서 간송은 지난해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을 대상으로 NFT 100억 원어치를 발행해 이 중 70, 80%를 팔았다. 하지만 간송은 “DAO가 불감을 활용한 NFT 상품화 조건 없이 국보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훈민정음 해례본 NFT 발행 당시 국보 상업화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3년 전 박물관 등록 이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수장고 건립, 문화재 보존, 신규 미술관 설치 등의 비용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받았다. 간송의 사회적 책무를 감안할 때 국보, 보물만큼은 구입 경로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증도가자 사건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상운 문화부 차장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