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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번째 공간시낭독회, 봄밤을 함뿍 적시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입력 2022.03.18 17:39 수정 2022.03.19 00:20 지면 A22
■ 43년 이어온 최장수 낭송모임
구상 시인 딸 '고모역' 읊는 동안
창밖에선 봄비가 함초롬 내리고
성찬경 부인은 '눈물' 얽힌 추억
박희진 제자는 '지상의 소나무…'
1979년 시인 3명 모여 의기투합
지하 소극장 '공간사랑'서 출발
고두현 논설위원·시인
구상 시인 딸 '고모역' 읊는 동안
창밖에선 봄비가 함초롬 내리고
성찬경 부인은 '눈물' 얽힌 추억
박희진 제자는 '지상의 소나무…'
1979년 시인 3명 모여 의기투합
지하 소극장 '공간사랑'서 출발
고두현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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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낭독회’ 회장인 한경 시인은 “시에 대한 열정으로 500회까지 이어온 낭송회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구상 시인(1919~2004)의 ‘고모역’이 딸의 목소리를 타고 나직이 흘렀다. 외동딸 구자명 씨(소설가)는 “아버지가 종군기자 시절 고모역을 지나면서 북에 홀로 남은 어머니를 그리며 쓴 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낭송 참여 시인 8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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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의 시 ‘고모역’을 낭송하는 딸 구자명 소설가(왼쪽)와 성찬경 시인의 ‘눈물’을 읊는 부인 이명환 수필가(가운데), 박희진 시인의 ‘지상의 소나무는’을 읽는 조환수 박희진시인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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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이 성찬경(1930~2013)·박희진(1931~2015) 시인과 낭송 모임을 만든 것은 1979년. 그해 4월 7일 오후 2시 첫 낭독회를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랑’에서 열었다. 구상 시인과 친분이 있던 건축가 김수근 씨가 건축사무소 ‘공간’ 지하 소극장을 내줘 낭독회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매월 열린 낭독회에서 이들 시인은 자작시를 낭송했다. 함께한 청중이 150명을 넘을 만큼 인기였다.
시어머니 생신 준비 중 달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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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시낭독회’ 창립 회원인 작고 시인 구상(왼쪽), 성찬경(가운데), 박희진 시인.
이날 성찬경 시인의 부인 이명환 씨(수필가)는 남편의 시 ‘눈물’을 낭송하며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이씨는 “‘눈물이 마음 안에 고운 노을로 퍼진다’는 마지막 문장은 수천 번도 더 되뇐 구절”이라며 “공간시낭독회 첫날 시어머니 생신 준비도 다 못한 채 가서 보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희진 시인의 시 ‘지상의 소나무는’을 낭송한 박희진시인기념사업회의 조환수 회장은 “첫날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 그땐 20대였다”며 세 시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창립 시인들의 시를 감상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깊고 고요했다. 원로 시인들의 회고는 더 큰 울림을 줬다. 김동호 시인(88)은 “시가 발달한 나라는 썩지 않는다”며 “시가 곧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대사를 지낸 고창수 시인(88)은 “창립 멤버들이 살아 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공간시낭독회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우린 모두 시의 오케스트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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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500회 기념 행사에는 시인 80여 명이 모였다.
그사이에 시인 김청광, 윤준경 씨가 가곡 ‘그리운 금강산’과 ‘진달래꽃’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한무경 씨(성악), 최현숙 씨(플루트) 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날 진행을 맡은 이인평 시인은 “구상 시인에게 ‘꾸밈말을 쓰지 마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성찬경 시인에게 ‘시의 밀도와 언어의 선명성’을 배웠으며, 박희진 시인에겐 ‘한 편의 시를 쓰는 데에는 천지 만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고인들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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