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음식 공유 서비스, 쓰레기 줄이고 이웃과 소통 도와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④ 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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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오의 창업자인 테사 클라크(Tessa Clarke). 그녀는 올리오를 통해 남은 음식·식재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이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가 줄기를 바란다. [사진 올리오]
우리는 항상 음식을 찾고 있지만, 전체 음식의 3분의 1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지구에서 인간이 소비하는 모든 과일과 채소의 절반가량이 낭비된다고 한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특히 버려지는 과정에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대기와 수질, 토양을 오염시키며 수거되고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변화를 앞당긴다는 지적이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고, 지구 어디선가는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광고 않고 기업서 음식 수거 수수료 받아
영국의 음식물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인 올리오(OLIO)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테사 클라크(Tessa Clarke). 2014년 스위스에서 런던으로 이사를 준비하던 그녀의 손에 들린 감자 여섯 개와 양배추 한 통이 이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됐다. 그녀는 신선하고 깨끗하지만 쓰레기가 될 처지에 놓인 감자와 양배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가져가 음식을 해 먹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감자와 양배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감자와 양배추가 현재 전 세계 500만 이용자를 둔 올리오의 시작이었다. 런던에 도착한 그녀는 동네 주민 간 무료 나눔 플랫폼을 만들었다. 세계적 가전 기업 다이슨의 전자상거래 부문장이었던 경험을 살려 실험적으로 시작했던 사업은, 2016년 올리오 애플레이케이션(앱)이 출시됐고 2022년 현재 사용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상륙하지 않았지만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음식물 공유 플랫폼이 있었지만, 올리오가 성공한 데는 올리오만의 독특한 사업 모델 덕분이다. 5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올리오 앱에는 흔한 광고가 없다. 기업 경영에서 수익은 매우 중요한데, 올리오는 대놓고 “(우리는) 수익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클라크는 이렇게 말한다. “광고계를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거대 기업에 의해 개인과 사회가 상품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창업 이후 그녀는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올리오의 매출은 어디에서 나올까. 올리오의 주 매출은 ‘푸드웨이스트 히어로(Food Waste Heroes)’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기업에서 남은 식품을 자원봉사자 히어로 3만여 명이 수거해 지역사회에 무료로 음식을 배포하는 캠페인이다. 식료품점과 케이터링(Catering) 업체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음식물이 만들어지고 폐기된다. 그동안 기업은 폐기된 음식물을 처리하기 위해 폐기물 업체와 계약을 하고 비용을 지불해왔다. 올리오는 관점을 바꿔 기업 측으로부터 식료품을 수거하고 공유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과거에는 쓰레기 취급을 받던 ‘남은 음식물’을 자원으로 바라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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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오
올리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수요와 잉여’의 연결이다. ‘수요와 공급’과는 좀 다른 개념인데, 남은 음식물을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생각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준다. 이러한 사업모델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올리오는 메이드(Made)라는 서비스를 통해 잉여 제품, 예를 들어 이웃에서 만든 음식과 수공예품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쓰지 않는 잉여 전자제품도 공유한다. 올리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자원과 연결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올리오의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버려질 것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음식물이, 공유를 통해 이웃과의 재미와 기쁨의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은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올리오의 주요 목적이다. 올리오는 사회적 기업에 가까운 지극히 철학적인 스타트업이다. 물가 비싼 영국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이 ‘내 삶의 구원자’라며 올리오를 찬양하는 글이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올리오는 단순한 음식물 공유 서비스가 아니다. ‘수익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도 올리오는 2018년 투자금 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2021년에는 43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유치한 투자금으로 영국을 넘어 남미·북유럽·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넘어 남미·유럽·아시아로 사업 확대
넘치는 자본과 풍요의 시대에 코로나19 판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사람들을 고립시켰다.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사회변화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까지 파고들어가 생활을 강제적으로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어떤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올리오를 접한 사용자들은 ‘남은 음식물 공유’라는 번거로운 연계를 통해, 단순히 식품 자원을 공유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아닌 ‘소통의 문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의미’에 움직였다. 사람들의 니즈와 행동, 그리고 문화를 읽는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꾼다. ‘누구나 무료로 음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는 기본 원칙이 전 세계로 확산돼 전 세계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공동체 문화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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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헌 주크박스(주) 대표. 카이스트에서 생명화학공학과 학·석·박사, 프랑스 소르본 경영대 MBA에서 수학했으며 현대건설·삼성경제연구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 주류 IP 플랫폼 주크박스를 창업하고, ‘전통주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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