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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뤼순감옥에서 안중근 의사(1879~1910)가 마지막까지 가슴에 품고 그리워했던 가족들이다.
안 의사는 1909년 하얼빈 의거 직전 동지 정대호에게 부탁해 가족 상봉을 도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 분도, 준생은 의거 다음 날인 10월 27일에야 도착해 만남이 불발됐다. 당시 이들을 수상히 여긴 일본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으로 연행해 조사하고 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안 의사의 통역관이었던 소노키 스에키가 사형이 언도된 안 의사를 안타깝게 여겨 손수 마련한 비단 사진첩에 담아 전해줬다고 한다. 이후 소노키가 보관하던 것이 한 일본 소장가를 통해 2020년 한국으로 반환됐다.
이 사진첩은 연결부가 끊어져 분리되고 모서리 부분이 많이 닳고 해진 상태다. 안 의사가 얼마나 애타게 이 사진을 자주 품에서 꺼내봤을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사진첩 손상 부분은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할 예정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오는 26일 안 의사 순국 112주기를 맞아 사단법인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소장하고 있는 안 의사의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 2점 등의 유물 보존 처리를 지원한다. 재단이 독립문화유산의 보존 처리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미술관 보존연구실 인력을 보유한 재단이 팔을 걷고 나선 셈이다.
재단은 안 의사의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 평화에 대한 사상을 후세에 전하자는 숭모회 뜻에 공감해 보존 작업이 어려운 유물의 보존 처리를 리움미술관을 통해 지원하게 됐다. 지난해 8월 안중근의사숭모회, 안중근의사기념관과 함께 유물을 조사하고 보존 처리가 절실한 유물 3점을 정해 올해 1월 인수받았다. 재단은 기념관과 협의해 이달 보존 처리를 시작했고 내년 3월까지 보존 작업을 마친 후 숭모회로 인계할 예정이다.
보존 처리할 유묵 2점은 작품 종이와 장황천(족자 주위를 꾸미는 천)이 맞지 않아 꺾이고 우는 상태다. 재단 측은 보존에 적합한 천연 소재 장황천으로 교체하고 종이는 리움미술관이 직접 만든 고풀(동양 고서화 보존 처리용 접착제)로 배접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또 굵게말이축과 오동나무 상자도 새로 만들어 보관한다.
유묵 '天堂之福 永遠之樂(천당지복 영원지락·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다)'은 천주교 신자인 안 의사의 깊은 신앙심이 배어 있는 작품이다. 안 의사가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글로, 최초 소장자는 불분명하나 안 의사의 가족사진첩과 함께 2020년 한국으로 반환됐다. '志士仁人 殺身成仁(지사인인 살신성인·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은 재판장에서 독립의 신념과 동양 평화를 외쳤던 안 의사의 의연함이 드러나 있다.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안 의사가 본인 공판을 스케치한 도요신문 통신원 고마츠 모토고에게 써줬고 이후 그의 종손인 고마츠 료에 의해 2016년 11월 한국에 반환됐다.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는 "재단이 안 의사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평화사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의미 있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립문화유산 등을 보존해 다음 세대에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영렬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도 "안 의사 순국 112주기를 앞두고 안 의사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는 유물들에 대한 삼성문화재단의 관심과 도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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