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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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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제목만 보고 혹시 패러디 코미디인 줄 알았다면, 티무 니키 감독의 핀란드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의외의 발견이 될 수 있다. 주인공 야코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시각을 잃고 휠체어에서 생활한다(실제 이 병을 앓고 있는 페트리 포이콜라이넨이 역할을 맡았다). 그의 유일한 낙은 영화를 보는 것. 최근엔 ‘시르파’라는 이름 외엔 아무것도 모르는 여성과 전화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시르파를 직접 만나겠다며 1000㎞에 달하는 여행길에 오른다. 앞을 보지 못하고 이동도 쉽지 않은 그에겐 거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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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영화이장면 사진
영화는 주인공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배경은 흐리게 보여주는 아웃포커싱 화면으로 시종일관 전개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점일 수 있으며, 장애인의 입장에서 현실을 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짙은 안개가 낀 듯한 세상을 불편한 몸으로 전진한다. 주인공은 여행 중에 강도를 만나 심각한 위기를 겪지만, 그 불행도 여행에 대한 의지를 꺾진 못한다. 결국 야코는 천신만고 끝에 시르파(마리아나 마야라)와 대면하고, 시르파는 야코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런데 이 간단한 엔딩이, 그 단순한 액션이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야코는 잠깐이라도 타인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을 한 것일지도 모르며, 기적처럼 만난 두 사람의 절실한 표정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한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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