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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고백한 에세이 ‘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천년의 상상), ‘태어나서 죄송합니다’(가디언)가 각각 21일, 23일 출간됐다. 두 저자는 부모에게 매 맞고 욕설을 들으며 자란 기억부터, 어떻게 가정폭력을 인지하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과정을 서술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한 동안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 씨는 결혼을 하게 된 27살에, 김 씨는 경찰에 아버지를 신고한 뒤 쉼터에 가게 된 23살에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가정폭력을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에 있었다. 부모는 가해자인 동시에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보호자이기 때문. 전 씨는 “어머니는 온갖 이유로 저를 때리고, 다음날 약을 발라주는 행동이 무한 반복됐다. 이 때문에 폭행도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의 상처는 여전히 이들의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전 씨는 독립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잠든 전 씨를 깨워 때리기도 했던 양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방문을 잠그고 잔다. 김 씨는 남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동생을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매일 보니 저도 남동생을 똑같이 때리고 있더라. 누군가를 때린다는 게 문제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동물과 같은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두 책은 피해자를 위로함과 동시에, 가정폭력을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에 일침을 날린다. 김 씨는 “가정폭력을 신고해봤자 다시 부모 밑에 들어가 살아야 했기에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철저한 분리, 쉼터 등 인프라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전 씨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체벌을 가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아이를 향한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걸 모든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