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여민동락…공간은 메시지다

황태자의 사색 2022. 3. 29. 11:01
728x90

[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여민동락…공간은 메시지다

구중궁궐 포기한 한고조 유방
야전캠프서 백성과 동고동락
불리한 상황서 대역전극 이뤄

소통없는 공간은 우리에 불과
교감하며 단합할 때 가치있어

  • 입력 : 2022.03.29 00:04:02
  •  0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 이 말의 원조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이다. "사람이 건물을 건축하고, 나중에는 건물이 사람을 만든다." 히틀러의 폭탄 투하로 영국 국회의사당이 파괴된 후, 1943년 구조 재건 논쟁 때 역사적 건축물 그대로 재건하길 요청하며 한 연설에서다. 처칠 주장대로 영국 의회는 U자형 좌석 배치 대신에 서로 마주 보고 토론할 수 있는 전통적 대면형 배치를 택했다. 공간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주술·풍수가 아닌 과학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픽사는 사옥을 지으며 자유로운 대면 접촉이 가능하도록 건물 중앙에 회의실, 카페 등의 공용 공간이 있는 만남의 광장을 설계했다. 자연스럽게 부딪치고, 소통하고 창의적 아이디어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집무실 위치를 보면 조직문화가 보인다. 불경기에 기업을 턴어라운드시킨 모 CEO는 집무실을 가장 햇빛이 안 드는 궁벽한 구석으로 자리 잡고, 양지바른 공간을 구성원들에게 배치하는 것으로 혁신과 헌신의 의지를 증명했다. 모 경영자는 자신의 개인 집무실을 없애고, 매년 가장 집중하는 사업 분야에 자신의 책상을 둠으로써 의지를 천명하는 경우도 보았다.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은 재상이 된 후에도 시끄럽고 지저분한 시장통에서 살았다. 제경공이 좋은 집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시장 가까이에 살기 때문에 물건 사기가 편하다"며 사양했다. 유방이 여러 불리한 여건에서도 라스트맨 스탠딩의 역전승을 거둔 것은 함양궁에서 탈피, 패상 지역에 야전캠프를 치고 백성 속으로 들어가 고충을 나눈 결단도 작용한다.

'맹자'에는 양혜왕과 제선왕이 반면교사 사례로 등장한다. 화려한 정원과 진기한 동물을 기르던 양혜왕은 '현명한 사람도 이런 것들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맹자의 답은 "백성들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면에 혼자만 즐긴다면 백성들은 '저 해가 언제나 없어질까. 내가 너와 함께 같이 망하겠다'며 저주를 퍼붓는다. 제선왕은 '(현명한 군주의 대명사인) 문왕은 넓이가 70리나 되는 화려한 정원을 가졌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묻는다. 자신에 대한 옹호 논리를 기대한 복선이었다. 맹자는 "백성들은 문왕의 정원을 오히려 좁다고 느꼈다"고 한술 더 뜨더니 "백성들이 자기 집처럼 꿩 잡고 토끼 잡으며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꼬집는다.

공간은 리더십의 강력한 메시지다. 위치·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동락(同樂) vs 독락(獨樂) 여부다. 공감 없는 공간, 동락 없는 독락은 공간을 우리(We)로 단합시키기는커녕 우리(Cage)로 격리시킨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코칭경영원 코치]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객 집착이 ‘수퍼 팬’을 불러온다  (0) 2022.03.30
지난겨울에 앓은 감기  (0) 2022.03.30
느림  (0) 2022.03.26
웃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0) 2022.03.26
생명은 기계에 있지 않다  (0) 202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