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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칼럼] 난세에 드러나는 지도자의 진면목
입력 2022.03.29 17:26 수정 2022.03.30 00:07 지면 A30
김정은 남매의 조롱과 도발에
뭉개져버린 '강한 대통령' 호언
"미국이 돌아왔다" 큰소리 치곤
아프간·우크라이나 연속 헛발질
유가쇼크까지 자초한 美 바이든
이학영 논설고문
뭉개져버린 '강한 대통령' 호언
"미국이 돌아왔다" 큰소리 치곤
아프간·우크라이나 연속 헛발질
유가쇼크까지 자초한 美 바이든
이학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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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개성 내 대한민국 자산인 남북한연락사무소 건물을 제멋대로 폭파해버리고, 북측 해역에서 표류하던 대한민국 국민을 처참하게 살해하는 것으로 응수한 데 대한 그의 반응이 그랬다. 보란 듯이 건드리고 도발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도자에게 돌아온 건 노골적인 모욕과 조롱이었다.
김정은이 새파랗게 젊은 여동생을 내세워 ‘겁먹은 개’ ‘특등 머저리’ 따위로 모멸하다가 “태생적인 바보 아니면 판별 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로까지 공격 수위를 높였는데도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든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종전선언’을 이끌어내 ‘평화시대를 연 지도자’로 이름을 남겨보겠다던 그의 마지막 미련은 며칠 전 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로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구호 정치’로 호기를 부리고는 큰 낭패에 빠진 지도자가 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작년 1월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구호를 외치며 화려하게 출범한 바이든 미국 정부가 연거푸 곤경에 빠져 헤매고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미국 우선주의’를 중단하고 세계의 ‘맏형’으로서 평화적 질서 유지에 앞장서겠다던 다짐을 취임 첫해부터 공수표로 만들었다. 작년 여름 섣부른 군사 철수 조치로 아프가니스탄을 반미(反美) 과격 세력에 내준 게 ‘고장 난 구호’의 신호탄이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과 그에 대한 대응은 바이든 구호 정치의 허술함을 여러모로 보여준다.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을 ‘전범’에 이어 ‘도살자’로 규정하고는 “권좌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비난까지 쏟아냈지만 ‘말 폭탄’일 뿐이다. 오히려 그의 어설픈 외교적 판단이 전쟁을 부추겼다고 진단하는 국제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해 신형 지대공 미사일 등 미국산 군사장비 도입을 추진했지만 바이든이 “그러면 러시아를 자극한다”며 제동을 건 게 대표적 사례다.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에너지가격 급등 사태에 대한 바이든의 대응은 그의 지도력과 판단력을 더 의심하게 만든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출 봉쇄로 촉발된 전 세계적 에너지 부족 사태를 엉뚱한 처방으로 미봉하고 있어서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빈자리를 채울 방편으로 베네수엘라·이란과 막후 거래에 나선 게 그렇다. ‘전범국가’를 혼내주겠다고 독재 인권 탄압과 핵 개발을 이유로 징계해 온 나라들에 손을 벌리는 게 정상일 리 없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한다. 문제는 ‘속도’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안정화될 때까지 수십 년간 석유와 가스의 역할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실에 눈 감음으로써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데 일조한 바이든의 ‘탈화석연료’ 일방통행은 온갖 문제를 드러낸 채 폐기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강행과 닮은꼴이다. 명분과 방향이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이 어떻건 ‘묻지마’로 밀어붙이는 구호 정치는 위험하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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