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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우버·리프트·카카오T, 팬데믹에 갑자기 ‘선한 질주’

황태자의 사색 2022. 4. 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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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우버·리프트·카카오T, 팬데믹에 갑자기 ‘선한 질주’

택시 플랫폼들 ESG 경영 속사정

입력 2022.03.31 19:00
 
 
 
 
 

지난해 5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기대만큼 늘지 않자 미국 백악관은 우버(Uber)와 리프트(Lyft)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에 SOS를 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차량이 필요한 사람은 우버와 리프트를 무료로 탈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답해 우버는 “미국 국민들을 위해 최대 1000만회의 무료 혹은 할인권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리프트도 15달러짜리 할인권(라이드 코드)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우버나 리프트, 카카오 모빌리티 같은 국내외 차량 호출 플랫폼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 악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력 등 겹겹이 쌓인 악재를 ESG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버가 내놓은 2021년 ESG 리포트의 첫 페이지. 우버는 총 100페이지로 구성된 이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2025년까지 8억달러(약 1조원)를 지원한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ESG 경영을 적극 홍보했다. /우버

◇불황기에 ESG 나선 차량 호출 업계

차량 호출 업체들이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본격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버의 ESG 리포트에 따르면, 우버는 코로나19 공포가 극심했던 2020년부터 의료진 등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있는 근로자와 노인 등 사회 취약 계층에 무료로 택시를 태워주고 음식을 배달했다. 코로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서 140만건 이상 처방전을 전달해주는 서비스도 했다. ‘접촉’의 공포가 극심했던 시기였다.

동남아시아의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은 2020년 오프라인 거래가 막힌 동남아 8국 도시 28곳에서 지역 소상공인을 소개하는 맞춤형 무료 광고를 제작해 자사 앱에 게재하는 캠페인을 했다. 현지에서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심폐소생기’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웬디 시우씨는 “이동 통제 때문에 집세를 내기도 어려웠는데, 그랩의 광고 캠페인으로 손님들이 다시 책 구매를 시작했다”고 ‘그랩’의 리포트를 통해 밝혔다. 그랩은 4000만달러(약 500억원) 기금을 조성해 기사와 승객에게 방역 물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도 ESG의 일환이다. 우버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전기차를 선택해 부를 수 있는 우버 그린 메뉴를 선보였다. 204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고자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바꾸는 우버 기사들에게 2025년까지 총 8억달러(약 1조원)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에서 카카오 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도 기아차와 제휴해 기사들이 전기 택시를 구매할 경우 특별 지원금(50~200만원 할인)을 지급한다. 택시 한 대가 이산화탄소를 연간 10t 배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기 택시 5000대로 이산화탄소 5만t가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코로나 19가 확산하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방제업체 '세스코'에 의뢰해 택시를 소독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이미지 세탁용” 비판도

우버 같은 차량 호출 업체는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방역 정책이 시행되면서 출퇴근이나 여행 등 사람들의 이동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우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우버는 비용 감축을 위해 직원 4분의 1을 해고했다. 이런 위기를 겪으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됐고, ESG를 돌파구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업체인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코로나 발발 이후 ‘코로나19 대응 ESG’를 가동해 무료로 택시 내 소독과 방역을 실시하고, 가맹 택시 기사에게 마스크를 배포했다. 또 기사와 승객 간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앱을 통한 자동 결제 서비스를 권장했다. 그 결과 2019년 6월 26%이던 자동 결제 승객이 지난해 6월에는 65%로 늘었다. 한 택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이 줄면서 택시 산업 자체가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자동 결제가 활성화되고 차량 내부 환경이 개선되면서 택시가 안전한 이동 수단이라는 인식도 심어줬다”며 “ESG 활동이 코로나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차량 호출 업체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압력을 ESG로 모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운전자들이 개별적 계약을 맺은 자영업자일 뿐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최저임금이나 병가, 연금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를 거부해 왔다.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우버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률 또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택시단체들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 독점, 콜 몰아주기, 과다 수수료’ 등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연간 2회 이상 플랫폼 택시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량 호출 업계의 ESG 경영이 상장(IPO·기업공개)을 전후해 이미지를 세탁하고 기업 가치를 띄우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투자사들이 기업의 ESG를 투자의 핵심 요소로 다루기 시작하자, 사회적 책임성을 갖춘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해 상장·주가 띄우기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인 몽크스 힐 벤처스 관계자는 “ESG 경영은 투자 판단이나 포트폴리오 관리의 핵심 요소가 됐다”며 “투자자들도 ESG와 관련된 기회와 위험 요소를 미리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2019년에 각각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이 시기를 전후해 ESG 활동을 부쩍 늘렸다. 그랩은 지난해 말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올해 안에 한국 또는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