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뜻”이라며 끌려다니다 5년 만에 정권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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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 삼아야 할 민주당 폭주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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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5월 10일부터 야당으로 전환되는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의 7대 기준’을 차기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검증 잣대로 삼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도 못 지킨 기준을 들이미는 코미디”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170석 넘는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식물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년간 민주당과 협상했던 국민의힘 계열 전직 원내대표들이 중앙일보에 민주당의 ‘폭주 흑역사’를 회고하면서 바람직한 협치 방안을 제안했다.
①원내대표 아닌 ‘청내대표’=문재인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11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5대 인사 원칙(위장 전입·병역 기피·불법 재산 증식· 탈세·연구 부정)’에다 음주 운전·성범죄 이력을 추가한 7대 기준을 인사청문회 잣대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그 전신(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들은 “5년간 민주당과 협상 과정에서 이 기준을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심재철·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언론 앞에서만 7대 기준을 적용한다고 홍보했지 우리 앞에선 말도 안 꺼냈다. 우리가 ‘언론 플레이만 하고 실천은 안 하나’고 비판하자 묵묵부답이더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은 “당시엔 여당이 내세운 게 5대 인사 원칙이어서 우리는 1~2개 위반한 후보는 통과시키고, 4개 이상 걸린 후보부터 문제 삼기로 했다”며 “그러나 여권이 낙점한 후보들은 대부분 4~5개 위반이었다. 이로 인해 2020년 4·15 총선 전까지 무려 24명의 장관급 공직자가 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대통령의 임명 강행 식으로 임명됐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면 ‘청와대에서 이미 결정 난 사안이니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힘이 없다’고 둘러댔다. 원내대표 아닌 ‘청내대표’였다”고 했다.
“인사검증 7대 기준 발표,실제론 거론도 안해”
폭주 항의하자 “우린 촛불 정부, 문제없어”
면전에선 립서비스, 뒤돌아서면 입법 강행
“권력자가 권력 나눌 진정성 있어야 협치돼”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도 집권 2년 차까지는 장관급 인사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에 변명이라도 했는데, 2018년 7월 김선수 대법관 임명 때부터는 ‘청와대에서 무조건 임명할 건데 왜 이렇게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냐’며 안하무인으로 나왔다”며 “어이가 없어 항의하니까 ‘우린 촛불로 세워진 민주 정부라 (임명을 강행해도) 문제없다’고 받아치더라”고 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인사청문회의 정의가 달라졌다. 원래는 부적절한 공직 후보를 거르는 제도였는데, 문재인 정부에선 ‘저렇게 수준 미달인 사람도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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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2일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연단 아래)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연단 위 오른쪽에서 셋째)가 국회의장석에 올라가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②면종복배=심재철 전 원내대표는 “당시 여당 파트너가 이인영 원내대표였는데 그는 나와 같은 운동권 출신으로 후배이다 보니 면전에선 강경하게 대하지 않았다. ‘선배님, 저랑 의견이 좀 차이가 나는데요’란 식으로 표현하더라. 하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했고 뒤돌아서면 애초에 정해진 방침대로 밀어붙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입법 폭주를 항의하면 이인영 원내대표는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만 대답하더라”며 “결국 실력 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어 농성에 들어가니 폭행 혐의로 고발하더라”고 했다. 심 전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영등포 경찰서에서 국회법 위반 혐의로 출두하라는 엽서를 3차례 받았다”며 “모두 불응했더니 더는 엽서가 안 온다. 경찰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만 쌓다가 유야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③군사작전=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180석만 믿고 야당을 배제한 채 군사작전식으로 밀어붙인 게 흑역사의 하이라이트”라고 지적했다. 그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지난 3·9 대선 직전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관권선거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되자 단독 처리 작전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예결위원장이 여야 간사들에게 협의를 더 할 것을 지시하며 산회한 직후 당내에 비밀 지시를 내린 거다. ▶밤 10시 이후 의원회관에서 대기하며 ▶언론 등에 이 사실이 흘러나가지 않게 보안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그 뒤 민주당은 자정이 넘은 심야에 우리한테 알리지 않고 몰래 추경안을 처리했다. 우리가 민주당이 소속 의원들에 돌린 작전 지시 메시지를 사진 찍어 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한테 보여줬더니 ‘맞다’고 인정하더라.”
④대통령의 고집과 ‘변심’=2018년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의로 청와대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위한 회담이 2시간 30분간 열렸다. 회담에 참석한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협치를 위한 ‘빅딜’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만 철회하면 국회에서 문 대통령이 요구하는 입법을 다 뒷바라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내가 이 제안을 던지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공감했는데 문 대통령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야당이 반년 넘는 장고 끝에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했으니, 문 대통령은 야당이 첫 번째로 꺼낸 의제(탈원전)는 어느 정도 받아줘야 하는데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지는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나랑 탈원전 하나 갖고 1시간을 싸운 끝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수정할 수 없습니다’고 대못을 박더라. 나는 격분해 테이블을 치면서 ‘이러려면 뭐하러 야당 원내 대표를 불렀나. 난 가겠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무서워서 김 대표님과 말을 못하겠습니다’고 하더라. 주위의 만류로 다시 앉긴 했지만, 그날 회의는 사실상 알맹이 없이 끝났다.”
김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협치를 제의하려면 진정성을 가져야 하며, 합의한 내용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지사 시절 야당과 연정을 성사시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2014~2018년 재임)의 회고다.
“문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시절인 2016년 내 연정 모델을 학습하려고 경기도청을 찾는 등 협치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나 2017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자 생각이 달라진 게 보이더라. 당시 대선 후보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문 후보에게 내가 ‘이제 당신의 관심사인 연정을 할 기회 아니냐’고 물으니, 그는 ‘남 지사님이 개인적으로 와서 (나를) 도와주실 수 없느냐’고 하더라. 내가 ‘연정은 개인이 아니라 정당이 연합해 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묵묵부답이더라. 집권 가능성이 커지니까 민주당 독주만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뀐 듯하더라. 그 결과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 아닌가. 연정이나 협치는 권력자가 권력을 나눌 진정성이 있어야만 성사되는 것임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명심해야 한다.”
남 전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경기 지사직을 놓고 겨룬 민주당 김진표 후보의 공약과 자신의 공약을 같은 비율로 묶어 여야 합의처리에 성공하고, 김 후보의 측근을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 기용해 민주당의 협조를 끌어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지사 자리를 내줬지만, 그의 정책 몇 가지는 민주당 도의원들의 옹호 속에 지금까지 살아남는 ‘기록’을 냈다.
당시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을 반영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다수 제출했다. 그러나 3·9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의 입장은 뒤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 재직 중이던) 이달 초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과 만났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민주당은 대선 전에는 인사청문회 도덕성 부분을 비공개로 하자고 했는데 지금도 입장이 같은가’고 질문하자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명확하게 ‘입장이 달라졌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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