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車·LNG·수소… 글로비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황태자의 사색 2022. 4. 19. 20:52
728x90

車·LNG·수소… 글로비스,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시작은 현대차 운송 물류회사
이젠 車뿐 아니라 LNG도 운송
영업이익 70% 증가, 사상 최대치

입력 2022.04.19 03:00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2일 호주 최대 LNG(액화천연가스) 생산 기업인 우드사이드와 최대 15년 장기 계약을 맺고 LNG 운송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배가 인도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 호주에서 생산된 LNG를 동북아시아 등으로 운송한다. 그동안 ‘자동차 운송’이 중심이었던 해운 사업을 가스와 수소 등 에너지 운송 사업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비스는 본업인 자동차 운송업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36% 증가하며 일본 업체와 1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당초 현대차 공장에서 출고된 차량을 육로로 운송하는 물류회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현대차보다 더 많은 해외 완성차 업체의 물량을 해상 운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56%에서 지난해 39%로 대폭 줄었다.

한때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기업이었던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매출(21조7796억원)과 영업이익(1조1262억원)이 각각 전년 대비 32%, 70%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비스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정의선 회장의 개인 지분(20%)이 가장 많은 회사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끊으면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계열사 물량 61%, 자동차 해운 글로벌 2위

현대글로비스는 굵직굵직한 자동차 운송 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2020년 폴크스바겐과 5년 장기 해상 운송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말 중국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유럽으로 해상 운송하는 연 5000억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글로비스에선 해당 업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테슬라와 맺은 계약으로 추정한다.

일본 닛폰유센·미쓰이OSK·케이라인 등 3대 자동차 해상 운송 회사가 50% 이상을 과점했던 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운용 선박 수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해운 리서치회사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95척의 선박을 운용, 1위 닛폰유센(105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6년 글로벌 5위(54대)에서 선박 규모가 2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일본 선사들은 운용 선박 규모가 제자리걸음이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올해도 선박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10년 이후 자동차 운송 시장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와 해외 거점을 확대해왔다. 예컨대 현대글로비스는 2013년 업계 최초로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을 도입했다.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 이후 커진 파나마 운하의 너비만큼 큰 선박이다. 기존 선박은 최대 6500대 차량을 실을 수 있었지만, 포스트 파나막스급은 7300대를 실을 수 있다. 유럽·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해 영업망을 구축하고, 미국·독일 등 해외 주요 거점 항구에 자동차 전용 터미널을 직접 운영해 운송서비스 품질도 적극 개선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10월 수소 생산·유통,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 1월 중고차 온라인 중개 서비스 ‘오토벨’도 시작했다.

◇승계의 핵심으로 떠올라

시장에선 현대차가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최종적으로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세 마련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6.7%, 3.3% 매각했다. 정 명예회장은 약 4000억원, 정 회장은 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중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현대글로비스(20%),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오토에버(7.3%) 등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사업 일부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방해로 무산된 적 있었다”면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기업공개)도 무산된 상황에서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