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 고급스럽게 날자꾸나
[WEEKLY BIZ] 프리미엄 좌석 늘리는 항공사들
지난달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A380 여객기의 새로운 스위트석을 공개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운항이 중단된 20개월 동안 여객기를 개조해 새롭게 만든 것이다. 기존 1등석의 두 배 크기인 스위트석은 침대와 리클라이너, 32인치 터치스크린, 책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슬라이딩 도어가 설치돼 있고, 두 명이 함께 여행할 경우 침대를 붙여 더블 침대로 만들 수도 있다. 여객기당 6개밖에 없는 이 스위트석의 가격은 편도 기준 8000~1만2000달러(약 990만~1485만원). 이코노미(900~1536달러) 가격의 10배 수준이다. 조이 서우 싱가포르항공 부사장은 “프리미엄 좌석 수요가 강력하다”며 “343석의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스위트석을 포함한 비즈니스 클래스가 먼저 매진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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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2년 넘게 타격을 입은 세계 항공사들이 프리미엄 좌석 규모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항공 수요가 돌아오고는 있지만, 항공사 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출장 여행 수요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여전히 40%가량 낮다. 유가 급등, 중국 봉쇄, 새로운 코로나 변종 등장 가능성 등 항공 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도 산적해 있다. 그러자 항공사들이 후리소매(厚利少賣) 전략으로 수익성 회복에 나선 것이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코로나 이전 같은 저렴한 항공권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올여름 고급 레저 여행 수요를 겨냥해 작년보다 프리미엄 좌석 수를 143% 확충할 계획이다. 글렌 하우엔스테인 델타항공 회장은 “팬데믹 기간에 더 좋은 좌석에 앉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폭넓은 욕구를 확인했다”며 “마진이 높은 프리미엄 좌석이야말로 델타항공이 향후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전통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저비용 항공사(LCC) 역시 프리미엄 좌석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저비용 항공사 제트블루는 지난해 자사 비즈니스석인 ‘민트’ 클래스를 리모델링했다. 기존 16석에서 24석으로 좌석 수를 늘리고, 모든 좌석을 슬라이딩도어를 열면 바로 통로와 맞닿을 수 있게 설계했다. 지난해 런던~뉴욕 노선에 처음으로 도입했고, 올해 여름부터는 보스턴~런던 구간에도 운행된다.
국내 항공사들도 팬데믹으로 국제선 시장이 쪼그라들자 국내선 시장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11월부터 국내선에 매일 540석 규모의 비즈니스석을 공급하고 있다. 2003년 국내선 비즈니스석을 없앤 지 18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국제선에만 일부 비즈니스석을 운영하던 LCC 역시 국내선에 비즈니스석을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6월 저비용 항공사 중 최초로 국내선에 비즈니스 클래스인 ‘비즈라이트’를 도입했다. 복도 양쪽으로 세 개씩이던 좌석을 두 개로 줄이고 좌석 간 앞뒤 간격은 106㎝로 늘렸다. 이코노미석은 74㎝다. 김포~제주 노선에 하루 8편(총 96석)을 운항하는데, 편도 운임은 6만~15만원 수준이다. 1만원대에도 예약이 가능한 이코노미석보다 꽤 비싼 편이다. 티웨이항공도 지난달부터 김포~제주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항공기 A330-300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좌석 간격이 150㎝로 넓고, 165도로 좌석을 기울일 수 있는 ‘누워가는 좌석’이 장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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