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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듯 말듯한 에로스와 프시케…'사랑의 본질'을 묻다
입력 2022.04.21 17:10 수정 2022.04.22 02:21 지면 A21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프랑수아 제라르 '에로스와 프시케'
육체적 사랑 뜻하는 '에로스'와
영혼·나비를 상징하는 '프시케'
에로스의 닿을락 말락한 오른손
신체적 접촉 없다는 것 말해줘
쾌락 대신 정신적 평온 택한 두 남녀
사랑은 완전한 육체와 영혼의 결합
프랑수아 제라르 '에로스와 프시케'
육체적 사랑 뜻하는 '에로스'와
영혼·나비를 상징하는 '프시케'
에로스의 닿을락 말락한 오른손
신체적 접촉 없다는 것 말해줘
쾌락 대신 정신적 평온 택한 두 남녀
사랑은 완전한 육체와 영혼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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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제라르의 ‘에로스와 프시케’(1798). 프랑스 파리 루브르 미술관이 소장 중이다.
에로스가 인간의 신체와 정신, 감정을 결합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는 신화나 전설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대 로마 소설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가 서기 170년께 쓴 소설 《황금 당나귀(원제 변형담)》에 나오는 큐피드(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가 꼽힌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랑의 신 큐피드와 인간 세상의 아름다운 공주 프시케는 금기를 깨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혹독한 사랑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프시케는 큐피드의 신뢰를 잃고 헤어지는 위기를 겪지만 두 연인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통과의례를 거쳐 사랑을 되찾고 부부의 연을 맺어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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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대표작 ‘큐피드와 프시케’(1793)
제라르는 아풀레이우스의 소설 속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에 해당되는 장면을 이 그림에 담았다. 즉 큐피드가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든 프시케를 부활의 키스로 깨어나게 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했다. 금발의 미녀가 꽃들이 핀 바위에 앉아 있다. 이 여인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의 미모를 질투해 아들인 큐피드의 능력을 빌려 저주를 내렸을 만큼 아름다운 인간인 프시케 공주다. 프시케를 다정하게 안고 입을 맞추는 날개 달린 청년은 사랑의 신 큐피드다.
그림을 자세히 살피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프시케는 하체를 감싼 투명한 베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누드 상태다. 프시케에게 키스하는 큐피드도 나체다. 프시케의 눈부신 미모,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 아름다움의 상징인 ‘황금비율’의 완벽한 몸매, 벌거벗은 젖가슴 아래 수줍은 듯 두 손을 모은 자세는 남성의 성적 욕망을 자극할 만큼 관능적이다.
열정적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이 성애적 열망을 극복하고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 속 큐피드와 프시케는 인간의 몸을 빌려 구현된 사랑(큐피드)과 영혼(프시케)을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시케는 고대 그리스어로 마음(또는 영혼, 정신)과 나비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두 연인의 머리 위로 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이 나비는 영혼의 부활을 의미한다. 나비는 죽음을 연상시키는 번데기 시기를 거쳐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에 영원의 부활을 상징하게 됐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그림을 감상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자, 큐피드의 오른쪽 손가락 끝과 프시케의 오른쪽 귀 사이를 주목해보라. 두 연인의 신체 사이에 미세한 공간이 있다. 언뜻 큐피드가 프시케의 몸을 애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연인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제라르는 고대 신화에 담긴 사랑의 본질과 의미를 의인화된 남녀 이미지를 빌려 미술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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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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