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없다”던 버핏, 1분기 주식 64조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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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왼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골프카트를 타고 주주총회장 안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만명이 인산인해를 이룬 주주총회는 마치 축제 같았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4시 넘어서까지 열렸는데 91세의 버핏은 오후에 더 활력이 넘쳐 보일 정도로 건재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총이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을 만나기 위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재계 리더와 주주 4만여명이 몰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버핏의 이사회 의장직 교체 안건이 투표에 부쳐졌지만, 6대1로 반대가 찬성을 앞서며 부결됐다. 주주들은 여전히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를 원했다. 홍 대표는 “비판적인 주주제안에 의외로 많은 찬성표가 나오는 등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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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발표된 버핏의 포트폴리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버핏은 주식시장으로의 귀환도 신고했다. 이날 공개한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97억 달러(약 12조원)어치 주식을 팔고, 510억 달러(약 64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액은 41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른다.
버핏이 순매수로 돌아선 건 6분기 만이다. 버핏은 2020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4분기엔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만 1470억 달러(약 186조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공격적 투자에 나서며 보유 현금은 1063억(약 134조원)으로 줄었다.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지금부터 모든 거래는 덩치가 커져야만(sizable) 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고 한탄했던 버핏의 모습과는 상반된다”고 평가했다.
버핏이 낙점한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미국 석유업체 셰브런이다. 올해 1분기 버크셔가 사들인 셰브런 주식은 259억 달러 어치로 지난해 말 45억 달러에서 5배 급증했다. 지난해 버핏의 포트폴리오에서 셰브런은 9위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엔 4위까지 뛰어올랐다. 버핏의 오랜 사랑을 받은 코카콜라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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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핏은 올해 초 옥시덴털 정유(60억 달러)와 HP(42억 달러)도 대거 매입했다. 에너지주와 저평가된 기술주를 담은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보험사 앨러게니를 116억 달러(약 14조6500억원)에 인수하면서 2016년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버핏은 이날 앞으로의 투자 방향에 대한 힌트도 줬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업체 액티비전 인수가 성사될 것으로 보고 차익 거래를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다”며 “(액티비전 지분이) 10%를 넘어서면 이를 (증권 당국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버크셔는 액티비전 지분 9.5%를 보유 중인데, 추가 매입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주총에서 버핏은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재차 피력했다. 버핏은 “세계의 모든 비트코인을 25달러에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생산적 자산이 아니며 그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버핏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다음 달 혹은 10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이 될지 알 수 없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채권 투자자는 물론, 침대 밑에 돈을 숨겨둔 사람들의 삶까지 사취(swindle·남의 것을 거짓으로 속여서 빼앗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투자의 귀재 버핏도 주식시장의 충격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해 1분기엔 주식 투자로 50억 달러(약 6조3150억원)를 벌어들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16억 달러(약 2조원)의 손실을 봤다. 이에 1분기 버크셔의 총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급감한 54억 달러(약 6조8202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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