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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부터 검사인 윤 당선인이 생소한 외교안보 이슈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난감했을 건 예상된 수순. 그래도 굉장히 관심이 많고, 학습 능력까지 우수(윤 당선인 측 인사들의 설명)하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공부할 때 작은 개념들이야 스스로 깨친다지만 큰 개념은 과외교사가 잡아준 틀이 학습자의 사고를 결정짓는다. 윤 당선인처럼 속성 과외를 받을 땐 더 그렇다. 교사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그런데 윤 당선인 외교안보 과외교사들 면면을 보면 미국통 일색이다. 윤 당선인의 시선이 이슈에 상관없이 일단 워싱턴으로 향하지 않겠는가.
윤 당선인 시선에서 중국이 멀어진 게 중국의 자업자득이란 말도 나온다. 우리가 삼불(三不)까지 약속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서 6끼나 ‘혼밥’하며 굴욕을 맛봤다. 문 대통령은 “중국몽(中國夢)에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건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대표되는 역사 왜곡과 사드 경제 보복이었다.
외교가에선 미중 사이 줄타기를 하는 ‘전략적 모호성’ 방식의 유효기간이 다했다고도 한다. 애매하게 중국에 기대지 말고 한미 동맹부터 철통같이 관리하란 얘기다.
중국은 한미가 공조할 때마다 견제하며 몽니를 부리지만 한미 관계의 특수성은 사실 잘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대중(對中) 기조가 달라질 것도 안다. 다만 중국 정부 인사는 “그래도 ‘대놓고’ 홀대하는 건 또 다르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 손을 잡는 건 좋지만 눈에 띄게 중국을 밀어낼 필요는 없다. 거리 두기를 하더라도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을 적어도 고민해야 한다. 내용이 좋아도 방식에서 서툴면 아마추어 평가를 받는 게 외교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