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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는 성장산업…고부가제품 집중 공략"

황태자의 사색 2022. 5. 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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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는 성장산업…고부가제품 집중 공략"

고재웅 태림페이퍼 대표

골판지 원지 국내 1위 넘어
동남아 등 세계 시장 진출
이달말 코스피 상장 추진

포장재·골판지 장점 결합
틈새시장 수요 집중공략

거래처 다변화로 재고관리
업계 유일 기술연구소 운영

  • 양연호 기자
  • 입력 : 2022.05.02 17:26:46   수정 : 2022.05.02 17: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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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판지는 모든 산업에서 물류 이동을 위한 필수재가 됐습니다. 경제가 성장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골판지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고재웅 태림페이퍼 대표(사진)는 골판지 산업이 이제는 구조적 성장이 담보된 산업으로 체질이 '확'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원재료 가격과 수요 변동에 따라 이익이 크게 좌우되던 과거와 달리 플라스틱·비닐 대체 등 탄탄한 수요와 과점 체제 형성으로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이달 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둔 태림페이퍼는 국내 종합 골판지 원지 1위 기업이다. 표면지, 골심지, 이면지 등 골판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원지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골판지 원지 중 표면지와 이면지는 두께와 강도 확보 등 기술력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골심지보다 수익성이 좋다. 태림페이퍼는 이 세 가지 지종을 모두 만드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업체다.

현재 골판지 원지 산업은 대표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매년 20만t의 신규 수요가 예상되지만 생산능력을 늘리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 5개 업체의 과점 체제가 공고화된 배경이다. 높은 진입장벽과 함께 원지부터 판지, 상자까지 공급망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면서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높아졌다. 원지, 판지, 상자 업체로 구분됐던 골판지 산업은 원지사가 판지사와 포장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원지사로선 원가 상승 압력을 판매가에 그대로 전가하는 게 수월해진 것이다. 실제 지난 1년간 골판지 원지 가격은 세 번에 걸쳐 70%가량 인상됐다. 태림페이퍼도 국내 포장업체 점유율 1위인 태림포장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고 대표는 "태림페이퍼 생산 물량의 약 75%를 태림포장이 소비해주면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했다"며 "수요·공급 문제가 발생해도 내부 거래로 원가 변동을 상쇄하고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을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림페이퍼는 재고 관리 부문에서도 강점이 있다. 골판지는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실히 구분되는데 계절적 비수기에 재고 관리에 실패하면 판매가격 하락 압박을 받는다. 특히 골판지 원재료는 부피와 무게 특성상 재고 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골판지 원지 재고가 쌓여 보관이 어려워지면 원지사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팔게 돼 이익률과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태림페이퍼는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고 대표는 "다양한 해외 고객 거래처를 확보해 작년에도 많은 물량을 수출했다"며 "이를 통해 재고가 남아도는 비수기에도 수급을 조절하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골판지 업계의 시장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고 대표는 "과점화가 강화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모회사인 글로벌세아그룹과 협력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태림페이퍼를 인수한 글로벌세아그룹은 10개국에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신규 시장 창출도 노리고 있다. 태림페이퍼는 골판지와 '고급 포장지'인 백판지의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새로운 종이를 개발하고 있다. 고 대표는 "제과, 제약, 화장품 등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백판지 'SC마닐라'와 포장용 상자를 만드는 골판지의 외장용으로 사용되는 '백라이너' 장점을 결합한 종이를 선보일 것"이라며 "백판지를 쓰자니 원가가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이 저급 골판지를 쓰던 곳들의 틈새 수요를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태림페이퍼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 대표는 "철사로 된 옷걸이를 골판지로 만드는 등 친환경 종이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양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