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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최근 김환기 원작 '우주(Universe 05-IV-71 #200)'가NFT화되어 총 3점이 약 7억원에 낙찰됐다. 재판매도 아니고 원본이 존재하는 작품의 이미지 데이터가 NFT로 한 점에 2억원이 넘는 값에 팔린 건 놀라운 일이다. 태생적으로 디지털도 아닌 이 원작의 디지털 이미지가 김환기라는 이름만으로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를 지닌 사람들의 수와 그들의 지불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환기의 대표 작품으로 131억9000만원에 팔린 '우주'의 판화가 전 세계에 오직 3점만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한 점당 2억원이라는 금액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디지털로 제작된(natively digital)" 작품만을 NFT로 거래한다고 기준을 세웠다는 크리스티의 디지털 세일즈 디렉터 노아 데이비스의 말을 환기시킨다면, 원작이 있는 작품의 NFT는 그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최근에는 벨베데레 미술관이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1만개의 조각으로 밸런타인데이에 각 1850유로에 판매하였다. 전체 1850만유로, 한화로 220억원가량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발매 당일 약 37억원어치가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1만개 조각은 앞으로 수도 없이 재판매될 것이다. 그때마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잘만 하면 미술관 재정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원작자도 아닌 미술관이나 재단이 작품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챙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이 원작자 동의 없이 NFT 기술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이다. 이 수익이 더 나은 미술관 운영이라는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좋은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중은 NFT 수입의 도덕적 근거를 따지고 들지도 모른다.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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