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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NFT 아트와 미술관

황태자의 사색 2022. 5. 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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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NFT 아트와 미술관

  • 입력 : 2022.05.05 0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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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상의 가상경제와 NFT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미술계도 블록체인 기술과 NFT 아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냈다. 그 유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일반 작가들이 디지털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NFT화하는 것으로 "태생적으로 디지털인(natively digital)" 작품들을 NFT화하는 것이다. 둘째, 물리적 원본 작품이 있는 상태에서 이 원본의 사진 데이터를 활용해 리미티드 에디션 NFT를 만드는 것이 있다. 이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유족이 소장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NFT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유형인데, 최근 주요 미술관과 재단에서 NFT를 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김환기 원작 '우주(Universe 05-IV-71 #200)'가NFT화되어 총 3점이 약 7억원에 낙찰됐다. 재판매도 아니고 원본이 존재하는 작품의 이미지 데이터가 NFT로 한 점에 2억원이 넘는 값에 팔린 건 놀라운 일이다. 태생적으로 디지털도 아닌 이 원작의 디지털 이미지가 김환기라는 이름만으로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를 지닌 사람들의 수와 그들의 지불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환기의 대표 작품으로 131억9000만원에 팔린 '우주'의 판화가 전 세계에 오직 3점만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한 점당 2억원이라는 금액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디지털로 제작된(natively digital)" 작품만을 NFT로 거래한다고 기준을 세웠다는 크리스티의 디지털 세일즈 디렉터 노아 데이비스의 말을 환기시킨다면, 원작이 있는 작품의 NFT는 그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최근에는 벨베데레 미술관이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1만개의 조각으로 밸런타인데이에 각 1850유로에 판매하였다. 전체 1850만유로, 한화로 220억원가량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발매 당일 약 37억원어치가 판매되었다고 하는데 1만개 조각은 앞으로 수도 없이 재판매될 것이다. 그때마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수수료를 챙기게 된다. 잘만 하면 미술관 재정에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원작자도 아닌 미술관이나 재단이 작품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챙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이 원작자 동의 없이 NFT 기술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이다. 이 수익이 더 나은 미술관 운영이라는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좋은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중은 NFT 수입의 도덕적 근거를 따지고 들지도 모른다.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