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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의 종횡무진 경제사] 세계제국 英 만든 건…'고통 없이 거위 털 뽑은' 세금혁명과 해적질
입력 2022.05.11 17:44 수정 2022.05.12 00:16 지면 A29
(2) 영국의 조세·재정혁명
왕실조차 가난했던 16세기 영국
에스파냐 선박 약탈로 富 늘려
징세권도 팔아…강도 같은 수탈
명예혁명 후 세금전문관료 선발
국민소득·세금액 세계 첫 계산
다른 나라 줄파산 때 성장 토대
왕실조차 가난했던 16세기 영국
에스파냐 선박 약탈로 富 늘려
징세권도 팔아…강도 같은 수탈
명예혁명 후 세금전문관료 선발
국민소득·세금액 세계 첫 계산
다른 나라 줄파산 때 성장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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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에스파냐가 맞붙은 1588년 칼레 해전. 이때 영국 지휘관도 드레이크였다. 영국의 해군 제독이자 화가인 리처드 비치(Richard Brydges Beechey)의 그림.
대외 경쟁력을 높인 영국은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 17세기 말까지 영국은 징세권을 팔았다. 행정조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으나 부작용은 심각했다. 징세 청부인은 구입한 액수 이상을 뽑아야 했기에 강도가 따로 없었다. 1688년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은 징세 청부 제도를 폐지하고 세금 전문 관료를 선발한다. 정부는 세무 관료들이 지역 유지들과 이익을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무지를 자주 변경했고 이 시스템은 향후 세계 세무 관료의 모델이 된다. 여기서 끝? 영국은 세금 액수를 계산한 최초의 국가다. 국민의 소득을 계산했고 조세 부담 가능 액수를 산출했다. 이전까지는 되는 대로 세금을 부과했다. 난로세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각 가정의 난로 하나당 2실링이었는데 현재 가치로 500달러 정도다. 액수도 만만치 않았지만 사생활에 예민한 영국 국민은 징수원이 흙발로 집안에 함부로 들어오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종종 징수원이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해서 고안한 게 밖에서 점검이 가능한 창문세였다. 이 두 세금에는 부자와 빈자에 대한 구분이 없다. 가난한 가정이라고 난로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며 부자라고 난로가 집 안에 수십 개 있을 이유도 없다. 이런 폐단이 없어지고 빈자에 대한 배려가 제도화되면서 영국의 내치가 안정된다. 조세혁명이자 재정혁명이었고 다른 나라들이 재무관리 실패로 줄줄이 파산하는 동안 영국이 버티고 성장한 이유다. 조세혁명 당시 영국이 선보인 것이 소위 ‘거위 털을 고통 없이 뽑는’ 스킬이었다. 이 스킬은 나중에 ‘원천징수’라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완성된다. 거위가 아메바도 아니고 제 털 뽑히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알면서도 참아주는 것일 뿐이다. 지배계급은 종종 이 사실을 깜빡했다가 혁명으로 작살이 난다. 뺏기는 입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납세는 거위가 스스로 털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제로 그런 나라가 있었다. 남정욱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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