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소원 이뤄주는 떡집 얘기로 어느새 100만부”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김리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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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창작 동화로 시리즈 총 판매 부수 100만부를 넘었다. 학습 만화와 외국 판타지물이 차지한 어린이책 시장에서, 2010년 처음 출간된 ‘만복이네 떡집’(비룡소) 시리즈의 선전은 놀랍다. 지난달 말 나온 ‘둥실이네 떡집’이 여섯 번째 책. 최근 서울 신사동 민음사에서 만난 김리리(49) 작가는 “독서 지도나 강연을 나갈 때마다 ‘속편 내놓으라’는 아이들 성화에 2020년부터 속편을 썼는데 어느새 100만 부라니 믿기질 않는다”며 “아이들 마음에 귀 기울여 쓴 ‘주문 생산’이라 책의 주인도 아이들인 셈”이라며 웃었다.
“‘만복이네 떡집’이 25만권쯤 팔렸던 2020년에 ‘장군이네 떡집’과 ‘소원 떡집’을 냈는데, 1년 만에 속편 두 권이 첫 권만큼 나갔어요. ’여자아이 주인공은 왜 없느냐’기에 ‘양순이네 떡집’을, 반려견 얘기도 써달라기에 ‘달콩이네 떡집’을 썼고, 길고양이 이야기 ‘둥실이네 떡집’까지 펴내게 됐네요.”
성인 책도 2쇄가 드문 요즘 출판 시장에서 이 시리즈의 인기는 놀랍다. 김 작가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 책, 아이들 마음 속 간절한 소망을 이루게 해주는 이야기여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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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 ‘만복이네 떡집’은 외동이라 친구 사귀는 법을 몰라 주변 친구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아이를 만난 뒤 썼다. “오감을 자극하는 우리 음식이 전래동화엔 많이 나오지만 창작동화에 등장하는 일은 드물었거든요. 그중에서도 좋은 일 있을 때 이웃이 함께 나누던 우리 전통 떡을 소재로 삼았죠.” 내내 상처 주는 말만 쏟아내던 만복이는 입에 척 달라붙어 말을 못 하게 하는 찹쌀떡, 달콤한 말이 술술 나오는 꿀떡을 먹고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소망을 이룬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장군이네 떡집’의 장군이는 기분 솔솔 좋아지는 진달래떡을 먹고 긍정적 사고를, 용기 용솟음치는 용떡을 먹고 용기를 갖게 된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의 수줍음쟁이 양순이는 말이 술술 나오는 술떡을 먹고 달변이 되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게 하는 들깨떡을 먹고 잘 놀게 되는 식이다. 운율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쫄깃한 글맛도 김 작가 책들의 특징. ‘만복이네 떡집’은 3년 전쯤 초등 3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렸고, 어린이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김 작가는 5남매 집에 태어나 시골 조부모 아래서 취학 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20대 중반에야 대학 아동복지학과에 진학했다. 동화작가 강좌를 듣다 접하게 된 권정생의 ‘몽실언니’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고 “이거다!” 싶었고, 독서 지도를 호구지책으로 병행하며 동화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책을 사 봐도 죄책감이 없어서 좋았어요. 글도 쓰고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는 ‘소원 떡집’의 작고 왜소한 ‘꼬랑쥐’다. 까맣고 깡마르고 한글 떼기도 힘들어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과 꼭 닮았다. ‘책 많이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말에 열심히 책을 읽다 동화작가가 된 김 작가처럼, 꼬랑쥐는 아이들에게 소원을 이루는 떡을 배달해주다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룬다. “저도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지만 그 속에서 제가 더 위로받고 행복해져요. 그러니 꼬랑쥐, 저랑 꼭 닮지 않았나요?”
작가는 “아이들에겐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자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다. 늘 그 마음을 살피려 애쓴다”고도 했다. “그런 소망이 억압당하고 결핍된 채 성장하면 어른이 돼서도 물질에 집착하거나 다른 사람의 욕망을 내 것인 양 좇게 되죠. 어릴 때 그 마음이 해소돼야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어요. 제 책 속의 떡집은 아이들의 그런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는 장소예요.”
지금까지 써낸 어린이책이 어느새 33권. “아이들이 나이를 물어보면 33권 썼으니 서른세 살이라고 해요. 100권까지 써서 백 살까지 살려고요, 하하.” 이 작가라면, 정말 100권까지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질 책을 쓰고도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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