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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코인 150여개 ‘제2의 루나’ 되나

황태자의 사색 2022. 5. 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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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코인 150여개 ‘제2의 루나’ 되나

업비트 코인 대다수 ‘깜깜이 상장’

입력 2022.05.18 03:00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 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 8위까지 올랐던 ‘루나’ 가격이 일주일 만에 99%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상 화폐 투자도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신규 코인 상장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제2의 루나’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상 화폐 거래소들이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기 시작한 작년 10월 이전에 상장한 코인들의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우 현재 거래되고 있는 코인 179개 가운데

루나를 포함해 153개가 작년 10월 이전에 상장됐다.

 

물론 이 중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어느 정도 검증된 코인도 있지만, 루나처럼 폭락할 위험을 안고 있는 코인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루나 투자자는 28만명이고, 이들은 700억개를 보유하고 있다.

 

◇깜깜이 상장 여전… 거래소 측 “공개되면 악용 위험”

 

루나는 자매 코인 테라가 개당 가격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테라 가격을 유지시킨다.

 

이 과정에서 코인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에게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루나 알고리즘의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7월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는 “혼란에 빠진 투자자들이 대규모 탈출에 나설 경우 (루나의 알고리즘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조를 모르기에 조심스러우나 투자 수익 또는 쉬운 말로

예치 이자 20%가 어떤 뜻인가 하면 전 세계의 금융 산업이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투자 펀드도 이런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김성규

문제는 이러한 위험이 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검증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래소들이 상장 절차에 대한 심사 원칙 정도만 밝힐 뿐, 세부 절차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상장 심사 기준을 공개하면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상장 절차나 관계자들을 잘 안다면서

브로커들이 활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상장 대가로 공개적으로 돈을 받는 거래소가 있을 정도로 코인 상장은

문제가 많았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새로운 코인을 상장해 거래가 되어야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작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되면서 10월부터는 실명 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이 가상 화폐 거래소의 상장 기준과 심사 과정 등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이후 상장된 코인은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비트에 실명 계좌를 내주고 있는 케이뱅크는 상장과 관련해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더 위험한 스테이블 코인… 주요국 규제 강화

 

전 세계 금융 당국은 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 통화에 가치가 연동되는 코인)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다른 가상 화폐보다 비교적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사태로 스테이블 코인의 허상(虛像)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격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담보 대출 등 파생 상품 시장이 커지는 점도 금융 당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혹시라도 테라처럼 코인 가치가 폭락하면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고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에서는 전체 가상 자산 규제 수립에 앞서 통화·금융 체계에 영향을 끼칠 위험이 큰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먼저 마련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기축통화 패권국인 미국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루나) 사태는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나온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 연례 보고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하루 거래량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며

뉴욕증권거래소 수준으로 커졌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금에 대한 예금자 보호를 제공하되 발행사를 은행으로만 한정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