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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부자들도 지금 마이너스로 힘들다. 그래도 버티는 건…"
중앙일보
입력 2022.06.17 07:00
한애란 기자 구독
‘부자’는 늘 우리에겐 궁금한 존재입니다. 부자들이 뭘 해서 돈을 버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를 우리는 항상 알고 싶어하죠. 특히 요즘처럼 자산시장이 요동칠 때는 더욱더 남들, 그 중에서도 부자들은 어떻게 하는지를 참고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을 가장 많이 만날 것 같은 분을 만나봤습니다. 15년의 프라이빗뱅커(PB) 경력이 있는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부지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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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는 지난 1월 씨티은행 PB 13명을 영입하면서 생겼다. 김도아 팀장은 15년 경력의 베테랑 PB이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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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E시그니처센터 고객은 30억원 이상을 맡긴 ‘초고액’자산가인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많으실까요?
“굉장히 다양하죠. 예전엔 사업가나 특정 전문직 고객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요즘엔 예술분야 라던가,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은 직장인 분도 계시고요.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이룬 투자가분도 계세요.”
고객들 중 지금 현재 투자자산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분들도 많을까요?
“시장 자체가 연초를 기준으로 코스피는 -12%,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S&P500도 -13.5%이고, 특히 개인들이 많이 투자한 나스닥은 -23% 하락했어요(6월 10일 기준). 시장 투자에 참여한 고객님들은 현재까지는 마이너스 상태인 경우가 있죠.”
최근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라고 조언하시나요?
“코로나(2020년) 이전엔 4:3:3이었어요. 주식 4, 채권 3, ELT(주가연계신탁) 3. 코로나 이후엔 채권은 다 정리했고 ELT도 2년 동안 안 했고요. 주식, 특히 선진국 주식을 많이 담았죠. 그런데 작년 9~10월쯤부터 주식형 자산은 많이 정리를 해서 현금화했고요. 현재 상태로는 현금을 20~30% 정도 갖고 있으면서 주식과 ELT 위주로 가고 있어요.”
현금을 어느 정도 들고 있을 때이군요.
“모든 자산이 전부 다 어딘가에 묶여 있으면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가 매수 기회를 잡기 위해서 미리 현금화를 했죠.”
지난해 주식을 많이 정리한 건 금리인상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긴 했지만 이렇게 증시가 오랜 기간 하락할 거라고는 지난해 아무도 생각 못했긴 했어요. 지금 7개월 내내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요. 사실 코로나 때엔 지금보다 주가가 더 많이 떨어졌지만 고객님들이 버티긴 훨씬 쉬웠어요. 한달 반 정도 손 쓸 새 없이 급락했는데, 급반등을 했으니까요. 그땐 한달 반만 견디면 됐는데, 지금은 6~7개월 떨어지는 걸 견뎌야 하니까 고객님들이 훨씬 더 힘들어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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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상담실에서는 통장 정리부터 상품 가입까지 모든 은행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김현동 기자
지금은 전반적으로 투자시장의 비관론이 퍼지고 있는데요.
“시장에는 항상 비관론과 낙관론이 존재해요. 언론이 어느 쪽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데요. 작년, 재작년에도 ‘미국이 비싸다’는 얘기가 계속 있었거든요.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니까요. 지금 비관론자들이 훨씬 더 힘을 받고 있긴 하지만,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많아요. 그래서 저는 고객님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죠. ‘항상 최저점에 살 수는 없다’고요.”
누구나 그걸 원하지만 사실 불가능하죠.
“그러니까 시장을 좀 지켜보면서 저희는 늘 하던 대로 분할 매수, 포트폴리오 분산을 해놓고 시간의 힘을 믿는 거죠.”
주식을 분할 매수한다면 어느쪽에 투자하라고 조언하시나요?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기업이익 조정이 있을 거고요. 그에 따라 국가간, 섹터간, 종목간 차별화가 크게 나타날 거예요. 성장주는 주가 하락폭이 상당히 커서 매력적인 가격 구간 안에 진입하고 있는데요. 물가가 진정되는 시점을 보면서 매입비중을 늘리는 게 좋아 보여요. 다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압박할 거라서 고배당주, 가치주,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같은 방어적인 자산군도 일정 부분은 포함하실 것을 추천드려요.”
채권은 언제쯤 담아야 할까요.
“이제 조금씩 미국 국채에 관심을 다시 갖고 보고 있어요. 가장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국채가 지금 -10% 정도이거든요. 미국 국채가 -10%라는 건, 주식 -10%와는 다른 얘기예요. 엄청나게 떨어진 거거든요. 채권이란 자산은 국가가 부도 나지 않는 한은 정해진 인컴이 들어오잖아요. 지금 가격은 많이 떨어졌고, 금리가 오른 부분이 반영됐기 때문에 들어오는 인컴이 좀 높아진 상황이에요. ‘그러면 이제 좀 괜찮지 않나?’하겠지만 금리 인상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또 흔들릴 수 있죠. 그래서 지금은 미국 국채조차도 분할 매수하라는 얘기가 나와요. 특히 아직까지는 주식이 더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10%인 국채를 굳이 지금 담을 건 아니고요. 지켜 보면서 좀 담고 싶다면 분할 매수하는 식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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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의 개인금고. 김현동 기자
PB 일을 하면서 많은 걸 겪으셨겠네요. 사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주식시장은 엄청 안 좋았죠.
“그때가 고객님들이 가장 힘드셨을 거예요. 자산 가격이 그렇게 하락하는 걸 겪어본 적 없기 때문에 훨씬 버티기가 힘드셨죠. 그래서 그땐 ‘투매’도 했고요. 지금은 고객님들의 경험이 많이 싸였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있다’는 학습효과가 있죠. 그래서 코로나 때도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날 수 있었고요. 투자자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진짜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시장 출렁임에도 멘탈 붕괴가 덜 할까요?
“그런 멘탈관리를 해드리는 부분도 제가 하는 것 중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셔야 할 때라고 생각돼요. '당분간은 매일 매일 수익률을 확인하지 마시고, 필요할 때 제가 연락 드리겠습니다'라고 조언드리고 팀 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함께 고객투자 리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은행은 증권사보다는 투자 상품이 다양하지가 않잖아요. 한동안 핫했던 레버리지 상품이나 스타트업 관련 투자 관련 상품도 취급하지 않고요.
“고액 자산가들은 일단 자산을 이루면 그다음부턴 ‘여기서 더 늘려아지’보다는 지키는 쪽에 좀 집중하게 돼요. 1000만원의 5%와 10억원의 5%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굳이 욕심 내지 않고 ‘나는 그냥 10억에 5% 정도 나오면 돼’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고액 자산가들은 새롭고 핫하고 트렌디한 것보다는 과거에서부터 충분히 검증된 쪽으로 주로 투자해요. 코인 같은 것도 재미 삼아 조금씩은 해봐도 절대 큰 금액은 안 하거든요.”
부자가 되고 싶은 이들, 특히 사회 초년생에게 재테크를 조언해주신다면?
"시드머니를 만들고 좋은 자산에 분산해서 장기투자하세요. 이게 원론적인 모법답안인데요. 이 답안은 자본시장이 계속 성장한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간과하는데요. 그러면 단기투자, 요행을 바라는 투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로 빠집니다. 물론 시장은 굴곡을 겪어요. 전쟁이나 역병, 대공황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위기가 지나면 우리는 위기 이전 가격으로는 다시는 살 수 없는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했죠. 이것이 백여 년에 걸쳐서 이뤄온 자본시장의 성과입니다. '자본시장은 성장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고 신뢰하셔야 해요."
스타 PB이신데요. 잘 나가는 PB는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요?
“일단은 기본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기본이 뭐냐면 고객님들한테 꾸준히 연락하는 거요. 장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가 있는데, 장이 좋을 땐 누구나 쉽게 연락할 수 있거든요. 고객님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연락하는 것, 이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왜냐면 ‘수익률이 마이너스 얼마입니다’라고 얘기하면 좋은 소리 듣지 못할 테니까요.”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 전화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군요.
“어느 때나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고요. 또 저는 못하는 부분을 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부분에 좀 더 집중했어요. PB를 잘하는 분들 중엔 고객과 관계를 돈독하게 맺는 분들이 있어요. 딸 이상으로 가족처럼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예요. 그래서 나는 뭘 잘 해야 되나를 생각한 게 고객한테 더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자, 말이나 태도를 더 전문가스럽게 하는 데 치중하자고 했어요. 제가 잘하는 쪽에 집중한 거죠."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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