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아부의 생존기술

황태자의 사색 2006. 9. 11. 11:00
728x90
 338 2007-01-12
아부는 생명에 극히 치명적일 수도 있는 간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방법이다.
   오선용님, 안녕하십니까?  
  인간의 출세와 생존전략으로서의 '아부'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을 보내드립니다.
진화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무척 중요하지만 내놓고 그것이 좋다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지요. 아부라는 시각으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퍽 좋은 사례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1. 인간의 사회체계는 곧 유인원의 사회체계이다. 수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지위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갈망이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어디에서나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위계서열은 영장류 조상에게 유전자로 물려받은 특징인 듯 싶다. 행동주의 아동학자들은
1세밖에 되지 않는 갓난아이들까지도 위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싸움에서
진 아이는 어디에서나 자기를 낮추는 자세로 머리를 숙인다.

#2. 사실 진화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힘과 의지에 의지하는 거칠고 힘센 사람보다
알랑거리며 남의 비위나 맞추는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더욱 유리하게 전개된 것 같다.

한마디로 부드럽고 감성적인 사람이 힘만 자랑하는 삼손이나 아널드 슈워제너거보다
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무시무시한 힘보다 부드러운 말이 잘
통한다. 적자생존이란 가장 강한 자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말치레가
번드르르한 자가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3. 위계는 모든 종류의 동물사회와 인간사회에 만연해 있고, 위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아부가 있다. 아부야말로 지위를 올려주는 탁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류역사상 평등주의가 철저하게 지켜진 사회는 단 한번도 없었다.
사회학자들이 비대칭적 관계라고 부르는 사회에서는 항상 밑에 있는 사람들이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상승하려는 동기가 있는
곳이면 반드시 아부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정말 솔직해지자! 어느 사회에서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현명한 생존전략은 없다. 당신이 십자군 전쟁에서 무시무시한 이슬람교도와 싸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왕과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써 출정을 면제받았다고
가상해보자.
어떤 상황에서 자식을 많이 보겠는가? 스페인에서 창을 들고 말을 타는 기사생활이
좋을까? 아니면 궁정에서 신분이 높은 아가씨와 경쾌한 왈츠를 추면서 그녀의 짝이
되는 것이 나을까?

#4. 물론 낮은 지위가 높은 지위보다 나을 것까지야 없겠지만(유명한 재담꾼 소피 터커는
"부자인 적도 있었고 가난하게 산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부자가 더 좋더라"고 말한
바 있다), 때로 낮은 지위의 이점도 있다.
작가 로버트 라이트(Robert Wright)는 "자존심이 강하지 않아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강력한 인물들에게 덤벼 종탑 감옥에 갇히는
사람보다 결국은 잘된다"라고 말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무조건 조아려라. 한번도 불평하지 않고 1인자의 기분을 맞추는
데 최선을 다한 충실한 2인자(고어 부통령을 생각해보라)는 넘버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5. 진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출세를 원하고 자신을 홍보하는 일은 흙더미처럼
오래된 것이고, 진화하는 데 성공한 전략을 증명되었다. 출세욕은 인간의 유전자에 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윈시시대의 출세는 무도회에 초대받기 위해 박물관에 큰돈을 기증하는 행위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시 말해 출세하고 싶은 사람은 우두머리에게 갓 잡은 털이 수북한
맘모스를 바치거나 수염에 기생하는 진드기 등을 잡아주어야 했다. 어떤 경우든 이러한
행위는 항상 유전적으로 보상을 받아왔다. 윈시인류, 이집트 궁정, 대영제국 궁정뿐
아니라 월스트리스, 워싱턴, 할리우드에서도 여전히 보상받고 있는 것이다.
원시시대에는 겸손하면 출세하지 못했다. 그런에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
출세를 하거나 자기홍보를 잘하려면, 자신의 속마음이 보이지 않도록 감추어야 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은근해야 한다.
출세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자기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은, 이미 시기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거나 성공하겠다는 야심을 명백하게 드러낼 정도로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다.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기 쉬운 전략이다.

#6. 아부는 인간관계를 최적화하기 위한 전략이고, 따라서 진화적으로 장점을
지닌다. 야생의 상태에서나 문명사회에서나 아부가 개인의 생존기회를 최대화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부는 공조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약간 정도를 벗어난
형태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상호이타주의는 간접적이며 이기적이고, 아부는 노골적이고
이기적이다.


아부는 자신이 약자이기 때문에, 또는 지배적인 위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또는
그밖의 여러 이유로 직접적인 경쟁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쟁자가 선택하는 하나의 전략이다.

아부는 실질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나 예상되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방법이 된다.
나아가 아부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은 없다. 그렇게 되면 가능성이 없는
어떤 것을 성취하는 문제에 대하여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비용까지 적절하다. 인간의 아부는 단 하나의 이유로 침팬지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교환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인간의 아부는 대부분 언어로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침팬지는 보통 실제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인간이 아무리 과한 수고를 하더라도 찬사, 알랑거림, 고맙다는 메모, 마음을 살살
녹이는 인사 등 하나같이 약간의 투자만 하면 된다.

-출처: 리처드 스탠걸, <아부의 기술(You're Too K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