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86] Where law ends, tyranny begins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20.08.29 03:12
'조용한 사람을 조심하라. 그는 남들이 말할 때 지켜보고 남들이 행동할 때 계획한다. 마침내 남들이 쉴 때 그는 공격을 개시한다(Beware the quiet man. For while others speak, he watches. And while others act, he plans. And when they finally rest… he strikes).' 무명씨 글입니다. 전기 드라마 '바이스(Vice·사진)'에선 백악관 비서실장, 하원의원, 국방장관 등을 역임한 거물 정치인 딕 체니가 '그'입니다.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가 체니에게 부통령직을 제의합니다. 임무를 저돌적이면서도 유령같이 완수하는 수완을 높이 산 겁니다. 겸손하고 헌신적인 시종이 되는 걸 천직으로 삼아 경력을 쌓던 체니는 이 무렵부터 딴판이 됩니다. 대권을 잡아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힘을 발휘하는 게 그의 새 꿈이기에.
"대통령 권한 중 관료 감독, 군 지휘, 외교 정책 등을 일부 위임해주십시오." 체니가 부통령직 수락 조건을 내밀자 부시가 응합니다. 이후 그는 역사상 가장 막강한 부통령이 돼 실세로 군림합니다. 9·11 테러가 터지자 체니는 후세인이 테러에 연루됐다고 믿는 53% 여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술수를 써 보복 전쟁을 지휘합니다. 대권을 향한 절호의 기회로 본 겁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쥔 자는 그 권력에 취해 반드시 부패하게 돼 있지요. 체니는 견제를 무시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릅니다. 영화 제목대로 이 행위는 '악(vice)'이며, 이런 초법적 변질을 경계하라며 영국 총리 소(少) 윌리엄 피트가 이 명구를 남겼지요. '법이 끝나는 곳에서 폭정이 시작된다(Where law ends, tyranny begins).'
대단원은 정계를 떠난 체니의 인터뷰. 미국 역사상 가장 비밀스러운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그가 질문받습니다. "국민 65%가 이라크전을 무의미한 싸움으로 보는데 귀하 생각은?" 억울하다는 듯 체니가 관객을 향해 날 선 눈매로 말합니다. "여러분이 날 뽑았고 난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했소(You chose me and I did what you asked)."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9/20200829000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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