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사래 치던 패션계… 마스크를 다시 보다
박선희 기자 입력 2020-08-31 03:00수정 2020-08-31 03:0
버버리 등 명품업체 가세, 랄프로렌은 컬렉션 론칭
마스크 체인-목걸이도 인기… 연대-결속-책임감 상징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떠올라
세컨윈드 제공
랄프로렌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커지면서 주류 패션계도 마스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항바이러스 기능을 가진 마스크를 출시했다. 곡선형에 버버리의 체크 패턴을 담은 디자인으로 90파운드(약 14만 원)에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마스크 수익금의 20%는 코로나 관련 펀드에 기부되지만 고가의 상업용 마스크 출시에 첫발을 뗀 셈이다.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도 9월에 마스크 컬렉션을 공식 론칭한다고 밝혔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셔츠 패브릭으로 제작된 천 마스크는 스트라이프, 체크 등 디자인과 색상의 다양함이 눈길을 끈다. 필터가 장착된 마스크 라인도 별도로 있다.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랄프로렌은 마스크 판매가의 50%는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화이트하우스블랙마켓 제공
버버리 제공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올해 봄 구찌, 디올 등 대부분의 명품 업체가 자사 공장을 일회용 마스크 생산에 투입했고 펜디, 지방시 등이 기부나 이벤트 목적의 마스크를 판매했었지만 한시적이었다. 코로나용 마스크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해외패션지 바자는 최근 “세계적 재앙에서 초래된 달갑지 않은 패션 밴드왜건(유행에 편승한 소비)이란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불안감, 연약함 등의 감정을 유발한다는 통념도 패션이 마스크를 본격적으로 끌어안는 데 장애가 됐다.
하지만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달라졌고,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마스크 판매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제 마스크는 연대, 결속, 책임감을 상징하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다. 뉴욕 기반의 거리 패션 사진작가 스콧 슈만은 최근 독특한 마스크 패션 사진을 연이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이트 크롭티에 강렬한 레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에 “우리 중 누군가는 여전히 패션을 즐기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일상 필수품이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 체인, 마스크 목걸이도 덩달아 인기다. 마스크 체인은 선글라스 체인처럼 아름답고 화려해졌다.
오늘날 클래식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트렌치코트는 원래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속 군인들이 입던 옷에서 유래됐다. 패션지 바자는 “마스크는 2020년의 ‘트렌치코트’가 됐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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