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건강검진하듯 마음도 정기점검하면 우울증 치료 도움”
[중앙일보] 입력 2020.09.04 05:00 수정 2020.09.04 10:04 |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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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치과 점검 가듯, 건강 검진 하듯, 마음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파티 같은 건 되레 독
긍정적 감정해소법 익히면 도움”
심리치료차 배운 그림으로 기부
2일 오후 경기도 시흥에 있는 ‘빌라빌라콜라’에서 만난 가수 솔비는 우울증 치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비는 작가 ‘권지안’으로도 활동한다. 이 카페는 솔비의 개인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데뷔 14년을 맞은 된 솔비는 10년 전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웃게 하는 모습이 좋았던 솔비는 연예인을 꿈꿨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며 꿈을 이룬 솔비는 솔직한 입담으로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화려한 생활이 이어지던 중 데뷔시켜준 기획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2009년 말 소속사를 옮겨야 했다. 솔비는 “바쁠 땐 몰랐는데 ‘틈’이 생기자 우울증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불행은 한순간에 들이닥쳤다. 2010년부터 3년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동영상 루머가 터지고 어머니 건강이 나빠졌다. 악성 댓글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솔비는 “온몸을 묶인 채로 링 위에 올라가서 맞기만 하는 기분이었다”며 “아침에 눈을 뜨고 또 무슨 사고가 터졌을까 봐 휴대폰을 켜기가 겁이 났다”고 말했다.
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처음엔 두렵고 외로운 마음에 친구를 찾았다. 솔비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파티 다니고 이런 만남은 오히려 독인 것 같다”며 “우울할 때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오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심리 상담을 추천했다. 솔비는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 된 건가 싶어서 정신과에 가거나 심리치료사를 만나기가 어렵다”며 “친한 사람과 함께 정기 검진받는 느낌으로 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리치료는 그가 평소 느낀 우울한 마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솔비는 “우울증 치료가 복잡하지 않다. 전문가와 상담하고 처방해 준 약을 먹는 정도다”며 “치료를 받다 보면 몰랐던 내 감정, 진짜 나를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바쁠 땐 몸을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며 “전시회에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다. 나는 서점에 일부러 많이 갔다”고 덧붙였다.
심리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그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가 됐다. 작가 ‘권지안’으로 활동하며 솔비는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솔비는 “긍정적인 감정 해소법을 익히면 우울과 싸워나갈 무기가 더 생기는 셈이다”고 말했다.
가수 솔비에서 화가로 변신한 권지안. 장진영 기자
그림을 통한 수익으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난치병 아동을 위한 ‘챌린지 포 위시스(Challenge for Wishes) with 자선 경매’에 참여했다. 솔비는 “오는 8일까지 경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은 희귀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위해 쓰인다”며 “연예계 활동을 하며 늘 사랑받고, 선택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오히려 사랑을 나누는 주체가 되면 자존감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는 ‘비교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예계 생활은 비교의 연속이었다. 솔비는 “남이 더 예쁜 것 같고, 기획사나 환경이 좋은 것 같고, 개인기가 더 많은 것 같고 끊임없이 비교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요즘은 모두가 연예인처럼 비교하기 쉬운 ‘쇼윈도 라이프’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노력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그만두기는 어렵다”며 “서로 간섭을 줄일수록 서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자기에게 집중할수록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민 전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006년 26.7%, 2011년, 27.4%, 2016년 26.6%로 비슷하지만, 여성은 2006년 19.6%, 2011년 22.8%, 2016년 23.1%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 정신과는 방문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스트레스 클리닉도 많아졌고 여성은 갱년기 등 호르몬 영향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며 “혼자 이겨내려 애쓰기보다 의학적 도움을 받는 편이 좋고 연예인의 우울증 고백이 환자나 병에 대한 편견을 줄여줘 일반인 치료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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