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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 “건강검진하듯 마음도 정기점검하면 우울증 치료 도움”

황태자의 사색 2020. 9. 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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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 “건강검진하듯 마음도 정기점검하면 우울증 치료 도움”

[중앙일보] 입력 2020.09.04 05:00 수정 2020.09.04 10:04 | 종합 18면 지면보기

 

기자

이태윤 기자

 

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치과 점검 가듯, 건강 검진 하듯, 마음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좋겠어요.”

“친구들과 파티 같은 건 되레 독
긍정적 감정해소법 익히면 도움”
심리치료차 배운 그림으로 기부

2일 오후 경기도 시흥에 있는 ‘빌라빌라콜라’에서 만난 가수 솔비는 우울증 치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솔비는 작가 ‘권지안’으로도 활동한다. 이 카페는 솔비의 개인 작업 공간이기도 하다.

데뷔 14년을 맞은 된 솔비는 10년 전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을 웃게 하는 모습이 좋았던 솔비는 연예인을 꿈꿨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며 꿈을 이룬 솔비는 솔직한 입담으로 각종 예능에서 활약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화려한 생활이 이어지던 중 데뷔시켜준 기획사 사정이 어려워지며 2009년 말 소속사를 옮겨야 했다. 솔비는 “바쁠 땐 몰랐는데 ‘틈’이 생기자 우울증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불행은 한순간에 들이닥쳤다. 2010년부터 3년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동영상 루머가 터지고 어머니 건강이 나빠졌다. 악성 댓글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솔비는 “온몸을 묶인 채로 링 위에 올라가서 맞기만 하는 기분이었다”며 “아침에 눈을 뜨고 또 무슨 사고가 터졌을까 봐 휴대폰을 켜기가 겁이 났다”고 말했다.

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처음엔 두렵고 외로운 마음에 친구를 찾았다. 솔비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파티 다니고 이런 만남은 오히려 독인 것 같다”며 “우울할 때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긍정적인 기운을 받아오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심리 상담을 추천했다. 솔비는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 된 건가 싶어서 정신과에 가거나 심리치료사를 만나기가 어렵다”며 “친한 사람과 함께 정기 검진받는 느낌으로 가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리치료는 그가 평소 느낀 우울한 마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솔비는 “우울증 치료가 복잡하지 않다. 전문가와 상담하고 처방해 준 약을 먹는 정도다”며 “치료를 받다 보면 몰랐던 내 감정, 진짜 나를 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바쁠 땐 몸을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며 “전시회에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다. 나는 서점에 일부러 많이 갔다”고 덧붙였다.

심리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그림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가 됐다. 작가 ‘권지안’으로 활동하며 솔비는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솔비는 “긍정적인 감정 해소법을 익히면 우울과 싸워나갈 무기가 더 생기는 셈이다”고 말했다.

가수 솔비에서 화가로 변신한 권지안. 장진영 기자


그림을 통한 수익으로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난치병 아동을 위한 ‘챌린지 포 위시스(Challenge for Wishes) with 자선 경매’에 참여했다. 솔비는 “오는 8일까지 경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은 희귀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위해 쓰인다”며 “연예계 활동을 하며 늘 사랑받고, 선택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오히려 사랑을 나누는 주체가 되면 자존감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는 ‘비교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예계 생활은 비교의 연속이었다. 솔비는 “남이 더 예쁜 것 같고, 기획사나 환경이 좋은 것 같고, 개인기가 더 많은 것 같고 끊임없이 비교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요즘은 모두가 연예인처럼 비교하기 쉬운 ‘쇼윈도 라이프’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노력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그만두기는 어렵다”며 “서로 간섭을 줄일수록 서로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자기에게 집중할수록 행복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수 솔비가 2일 오후 경기 시흥에 위치한 빌라빌라콜라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민 전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006년 26.7%, 2011년, 27.4%, 2016년 26.6%로 비슷하지만, 여성은 2006년 19.6%, 2011년 22.8%, 2016년 23.1%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창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 정신과는 방문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스트레스 클리닉도 많아졌고 여성은 갱년기 등 호르몬 영향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며 “혼자 이겨내려 애쓰기보다 의학적 도움을 받는 편이 좋고 연예인의 우울증 고백이 환자나 병에 대한 편견을 줄여줘 일반인 치료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