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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게 끝없이 질문하며 우주를 가르쳐줬다

황태자의 사색 2021. 7. 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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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내게 끝없이 질문하며 우주를 가르쳐줬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딸 사샤, 과학과 인간의 삶 엮은 에세이집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 펴내

곽아람 기자

입력 2021.07.29 03:00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저자. ⓒBrian C. Seitz

 

부모의 그림자가 너무 크면 자식이 빛을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그늘을 양분 삼아 씩씩하게

자신만의 싹을 틔워낸다.

 

사샤 세이건(39)은 대표적인 예다. 뉴욕대에서 극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코스모스’를 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과 ‘코스모스’를 TV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에미상을 받기도 한 영화 제작자 앤 드리앤(72)의

딸이다.

 

사샤의 첫 에세이집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문학동네)는 “삶의 기쁨으로 진동하는 사랑스러운 책”(리처드 도킨스) 등으로 호평받았다.

 

탄생과 성장, 명절과 결혼, 죽음 같은 인간 생애 주기의 사건들과 자연을 얽어 이야기하는 종교적이며 신화적인 책이다.

사샤 세이건의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국내 출간을 기념해 이메일로 만난 사샤는 “과학과 역사, 미술과 수학, 문학과 종교 등의 주제가 서로 얽혀 있다는

아이디어는 부모님으로부터 영향받은 것이다.

 

학교에서는 자그마한 벽을 세워 각 분야를 구분하지만 이들은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하나를 깊이 이해할수록 모든 걸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나는 이 지구상에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념할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종교적, 문화적 기념 의례에 대해 조사하면서 이런 전통의 바탕에 과학적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나 동지, 달의 위상, 나이 먹는 일 등 우리는 천문학과 생물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더라.

 

이 모든 개념이 서로 얽혀 있다는 걸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그는 “부모님은 나에게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과학적 세계관을 일종의 철학으로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과학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방법,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문학과 역사가 내 안의 열정을 불꽃 튀게 했고 가장 잘하는 과목이기도 해서 진로를 그쪽으로 정했지만, 과학은 나를

이끄는 빛이다.

 

부모님의 가르침과 내 인생의 여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것들을 연결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나름대로 부모님의 작업과 유산을 기리고 싶어서다.”

 

지난해 2월 미국 LA에서 열린 TV 다큐멘터리‘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시사회에 참석한 사샤 세이건.

작가로 활동하며 최근 에세이집을 낸 그는“언젠가는 어린이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가 14세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뜬 아버지 칼 세이건에 대해서는 “내게 ‘우주적 관점’을 알려준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구 중심적으로 산다. 이 행성과 인간이라는 종(種),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아주 작은 구석에 집중하면서. 그렇지만 시야를 넓혀, 이 광대한 우주에서 우리가 아주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의 엄숙함이라는 게 있다.

 

아버지는 나의 호기심을 항상 격려했고, 아무리 복잡한 개념도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 설명해주곤 했다.

 

아버지는 질문을 사랑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아버지를 만일 다시 만난다면, 아버지가 내게 해 주었듯 내 어린 딸에게 우주를 설명해주는 걸 가장 보고 싶다.”

 

유명인의 딸로 살아가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부모의 후광을 이용해 책을 냈다며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사샤는 “부모님이 유명인이든 아니든, 부모님을 망신시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모님을 의식하긴 했지만 책을 쓰며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이 책 자체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다. 글을 쓰는 동안 아버지가 많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