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밧줄을 첨단 로프로 개조, 오대양에 던지다
[명문 장수 기업 탐방] [3] 국내 최장수 로프기업, 동양제강 차재혁 전무
1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동양제강 건물 복도에는 설립 당시의 회사 전경을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2층짜리 건물 앞에 멈춘 달구지에 둥글게 말린 밧줄 뭉치가 가득 실렸다. 오너 3세인 차재혁(52) 전무는 “할아버지인 고(故) 차석근 창업주가 1949년 회사를 세웠을 당시의 사진”이라며 “그때는 수입으로 들여온 마닐라삼으로 로프를 만들었다”고 했다.

로프 전문 기업 동양제강의 사무실엔 형형색색의 실과 로프 샘플이 전시돼 있었다. 얼핏 보기엔 비슷한 로프이지만, 용도에 따라 재질과 제작법이 모두 다르다. 어업용으로 쓰이는 나일론 로프부터 정박한 대형 컨테이너선을 8가닥만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로프도 있다. 밧줄 안에 심을 하나 더 집어, 밧줄이 끊어져도 사방으로 튀지 않아 주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안티 스냅 백(anti snap back)’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있다. 차 전무는 “간단해 보이는 로프이지만, 그 속엔 다양한 공학적 기술들이 들어 있다”며 “창원·진해에 있는 연구소에서 신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제강은 국내에서 로프와 관련해선 모두 최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국내 첫 로프 전문 회사이고, 1970년대 합성섬유 로프도 현존하고 있는 기업 중에선 처음 만들었다. 선박 정박용 밧줄에 쓰이는 초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 역시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동양제강은 현재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차상영(77) 대표의 아들인 차 전무는 당초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고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LG화학에 입사해 연구소에서 일했다. 하지만 “힘을 합쳐 세계 최고의 로프를 개발해 보자”는 아버지의 권유를 외면하지 못하고, 12년 전 동양제강7에 입사했다.
2000년대 초 동양제강은 나일론 같은 일반 합성섬유보다 강도가 훨씬 뛰어난 로프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때 주목한 것이 초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로, 생산 현장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 기술을 가진 곳은 해외 업체 2곳뿐이었다. 결국 차상영 대표가 제품 개발을 위해 아들인 차 전무에게 도움을 청했다.
LG화학에 근무하던 차 전무는 틈틈이 해외 논문을 뒤적이고, 휴일엔 동양제강 연구원들과 함께 실험을 하기도 했다. 차 전무는 “처음에는 제대로 된 설비 하나 없이 양은 물주전자에 화학 용액을 넣고 가스버너로 끓여서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5년 이상 실험한 끝에 2009년 초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제품 이름은 ‘미라클(기적)’이다. 미라클 섬유는 한 가닥으로 60~70kg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으면서 물에 뜰 정도로 가볍다. 미라클 섬유로 만든 로프는 유럽·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제품을 앞세워 동양제강은 올해 매출액 33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 전무는 “최근엔 바다에 버려진 로프를 재활용해 섬유화하는 기술과 로프를 땅에 묻으면 자연 분해되는 생분해 로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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