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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 블루와 비만 지옥 탈출

황태자의 사색 2022. 1. 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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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코로나 블루와 비만 지옥 탈출

코로나로 비만율 상승
인간의 삶은 습관이 지배
바꾸려면 수개월은 필요
작심삼일은 당연한 것
좌절말고 계속 도전해야

  • 입력 : 2022.01.15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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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作心三日)! 새해 들어 그동안 늘어난 체중을 줄이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 빨리 '코로나 지옥'에서 탈출하겠다고 각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음을 먹고 각오도 해봤지만, 시작한 지 3일도 못 가서 다시 제자리인 끔찍한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에게 실망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하실에 '홈짐'을 만들어 40㎏을 감량했다지만 우리는 그럴 형편이 못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달고 기름진 음식 배달은 습관이 돼버렸고 걷기, 운동 등 신체활동이 줄어 소위 '확찐자'가 돼버렸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고 스트레스를 풀 길도 없어져 우울하다. 작년 말 발표된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조사 이후로 계속 증가하다 2016년부터 4년간 정체 상태였던 남성 비만 유병률이 지난해에는 급격히 늘었다. 남성 절반이 비만 환자다. 남성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유병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비만은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각종 성인병과 암을 유발해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비만율에 큰 변동이 없던 여성에서도 비만율이 증가했다.

필자가 2018년과 2021년에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전국 대표집단을 표본추출해 조사한 결과 경증 우울증은 2.3배, 중등도 우울증은 2.9배 증가했다. 2021년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위기 중 정신건강 영향에 대한 대처' 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 회원국 국민들의 우울증이 2배 정도 증가해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만든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방탕한 생활을 하던 김유신은 집안을 살리기 위해 화랑이 되겠다는 각오를 한다. 김유신은 사랑하던 천관의 집도 멀리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하루는 술에 취해 애마에게 엎어져 잠들자, 말이 늘 가던 천관의 집으로 향했다. 김유신은 반갑게 맞이하는 천관을 보고 놀라 말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애마는 평소 주인이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무슨 죄가 있다고. 우리가 의식이 없거나 습관이 바뀌기 전까지는 행동은 무의식이 지배하고 과거의 습관을 따른다. 우리가 걸으면서도 휴대폰으로 통화할 수 있는 것은 습관화된 걷기를 무의식이 '자율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가 운전을 배운다고 하자. 액셀러레이터는 얼마나 세게 밟아야 할지, 브레이크는 언제 어떻게 밟아야 할지, 또 차선을 바꾸기 위해 좌측, 우측 깜빡이는 어떻게 하고 핸들을 얼마나 꺾어야 할지, 이 모두를 생각하면서 결정해야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순간들인가? 지금 운전에 익숙한 나는 별걱정 없이, 두려움 없이 운전하고 있다.

바꾸기 힘든 습관의 비밀이 있다. 인간 삶을 의식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인간의 정상적 삶의 대부분은 무의식과 습관이 지배한다. 우리의 습관은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뇌 신경회로에 의해 결정된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을 바꾸고 수집되는 정보에 대한 반응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바꾸어 수많은 행동을 반복해 6개월 이상 지속해야만 습관을 지배하던 뇌회로가 바뀐다.

작심삼일은 당연한 것이다. 포기할 필요가 없다. 애마의 목을 칼로 쳐 죽인 김유신의 결연한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렇게 힘든 스스로에게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라며 비스킷이라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의 격려와 칭찬도 도움이 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코로나 블루와 비만을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넘어지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두꺼운 비만 옷과 무거운 코로나 블루 신발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출근길을 나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