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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린이 아저씨, 눈물의 ‘여의도 성적표’

황태자의 사색 2022. 1. 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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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린이 아저씨, 눈물의 ‘여의도 성적표’

작년 최대손실은 신규투자 50대男

입력 2022.01.17 03:00
 
 
 
 
 
/일러스트=박상훈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작년 초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불릴 만큼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0년에 “주식 투자로 재미봤다”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의 ‘무용담’을 숱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의 투자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연초에 8만원대에 산 삼성전자는 지금 7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6월 14만원대에 산 카카오도 주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김씨는 “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면 최소한 은행 정기예금보다는 더 벌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 투자에 뛰어든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투자자라는 뜻)’들의 수익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NH투자증권이 개인 투자자 계좌 927만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수익률은 평균 -1.4%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주식 계좌를 처음 만든 신규 투자자의 수익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삼성전자·카카오 등 믿었던 대형주의 배신

 

연령·성별로는 50대 남성 신규 투자자의 수익률이 -5.7%로 가장 낮았다.

 

이어 40~50대 여성(-5.3%)과 40대 남성(-5.1%) 수익률도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린이들의 수익률 부진은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들의 약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0대 남성 주린이가 가장 많이 사고판 종목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부터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지난해 1월 11일에는 역대 최고가인 9만1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14%가량 낮은 7만8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 금액 2위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8월 33만5500원까지 올랐다가, 작년 말에는 이보다 32.9% 낮은

2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거래 금액 3위인 카카오 역시 연말 주가가 11만2500원으로 연중 최고가(16만9500원)보다 33.6% 낮았다.

 

주린이들이 주가가 비쌀 때 사서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수익률이 낮은 40~50대 여성과 40대 남성 신규 투자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이 많이 매매한 상위 3개 종목은 삼성전자, 카카오, HMM이었다.

 

HMM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연중 최고점(5만600원)보다 46.8% 낮은 2만6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수익률은 연간으로는 플러스였지만

하반기엔 하락세였다”며 “신규 투자자들, 특히 연령대별로는 30~50대가 주가가 고점일 때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신규 투자자까지 포함한 전체 투자자 중에서는 30~40대 남성의 수익률이 -2%로 가장 낮았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함께 ‘곱버스’라고 불리는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와 ‘KODEX 레버리지’ 등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는 코스피200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고,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 지수가 1% 오르면 2%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상고하저 증시에선 주린이 수익 내기 힘들어

 

지난해 주린이들의 수익률이 부진했던 원인을 투자 종목 때문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상반기에 호조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주저앉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는 6~7월에 3300선을 넘으며 고점을 형성했다가 하반기에 하락했다.

 

편득현 전문위원은 “지난해 주식시장 고점이 6월 말~7월 초 정도에 형성된 다음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며 “개별 종목들의 지난해 연중 고점과 작년 말 종가를 비교해 구한

평균 수익률은 -36%로 수익률이 나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던 2020년에는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었다.

 

신규 투자자의 수익률이 20.3%로, 전체 투자자 평균(13.6%)보다 높았던 것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3월에 1457.6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연말에는 2873.47까지 상승하면서 중간에 주식 투자에

뛰어든 주린이들이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