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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아이들’의 반란… 키워준 빅테크와 싸운다

황태자의 사색 2022. 1. 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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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아이들’의 반란… 키워준 빅테크와 싸운다

아마존·네이버·카카오… 호랑이 새끼를 키웠군요

입력 2022.01.17 03:00
 
 
 
 
 

최근 미 CNN과 포브스는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할 IPO(기업 공개) 기대주로 온라인 장보기 대행 스타트업 인스타카트를 꼽았다. 지난해 기업가치를 390억달러(약 46조원)로 평가받았다. 2012년 아마존 출신 아푸바 메타가 창업한 인스타카트는 코스트코, 월마트 같은 마트에서 장보기를 대신해주고 1시간 내에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급성장하며 미국 식료품 배송 시장의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 아마존의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가 인스타카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았다. 아마존에서 배운 ‘아마존 키즈’가 창업 10년 만에 아마존의 경쟁자가 된 셈이다.

그래픽=송윤혜

◇아마존·알리바바 키즈가 빅테크 경쟁자

빅테크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빅테크와 겨룰 정도로 성장하는 ‘빅테크 키즈’ 시대가 열렸다. 빅테크 키즈들은 아마존, 알리바바,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에 근무하면서 쌓은 인맥이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해 빅테크가 침투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제너럴일렉트릭(GE)이 CEO 사관학교였다면 이제는 빅테크가 CEO 사관학교가 됐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훌루, 주택 관리 스타트업 랫첼, 이커머스 플랫폼 베리숍과 트럭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 컨보이 창업자는 모두 아마존 출신이다. 인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도 아마존 출신들이 창업했다. 플립카트는 2018년 월마트에 인수되면서 인도 시장에서 아마존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일명 BAT라고 불리는 중국 3대 빅테크 출신들도 2010년대 중반부터 스타트업 업계를 점령했다. ‘트럭계의 우버’라고 불리는 풀트럭 얼라이언스의 창업자와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창업자, 전기차 샤오펑의 창업자가 알리바바 출신이다. 디디추싱은 2015년 경쟁사이자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콰이디다처를 합병하면서 알리바바를 차량 공유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빅테크 경험과 인맥이 자산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키즈가 맹활약하고 있다. 일정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타임트리의 박차진 공동대표, 모바일 자동차 관리 앱을 운영하는 김기풍 마카롱팩토리 대표, 요리 레시피 앱 ‘우리의식탁’을 운영하는 컬쳐히어로의 양준규 대표는 카카오 출신이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나 자율 주행 포티투닷의 송창현 대표, 블라인드 앱의 문성욱 대표, 채팅형 웹소설 플랫폼 ‘채티’를 운영하는 아이네블루메의 최재현 대표는 네이버 출신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1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네이버 출신 김한나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당근마켓의 김용현·김재현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모두 거쳤다. 이들은 카카오 근무 당시 사내에서 중고 거래를 하는 ‘판교장터’를 운영하다가 당근마켓을 창업했다.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에서 ‘동네 생활’ 게시판이라는 이름의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자, 네이버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견제에 들어갈 정도다.

빅테크 키즈의 핵심 창업 자산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와 사업 노하우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 AI 전문 조직인 클로바 사내법인(CIC)을 맡았던 김성훈 대표가 네이버에서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과 AI 번역기 파파고 개발을 이끌던 스타 개발자 두 명과 함께 창업했다. 뜻만 맞는다면 최고의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알리바바 입사 6년 만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 부사장에 올랐던 청웨이 디디추싱 창업자는 알리페이의 결제 과정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냈다. 문성욱 대표는 네이버 재직 시절 접했던 내부 익명 게시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블라인드 앱을 만들었고, 앱 출시 이후 가장 먼저 사용자를 끌어모으려 공략한 회사도 네이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