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석달, 한우 사먹을 돈 생겼네” 토큰 이코노미 뜬다
운동·게임에 도전하면 돈으로 보상해 드립니다
‘운동하면 돈이 쌓이는 신개념 라이딩.’
20일 서울 시내 한 버스에 이런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카카오 계열사 야나두가 운영하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야핏 사이클’을 홍보하는 문구였다. 이 회사는 ‘태블릿PC 달린 가정용 사이클’과 세계 라이딩 명소에서 지인들과 가상 사이클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사이클 앱’ 구독권을 판매한다. 앱에 접속해 자전거를 탈 때마다 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준다. 출석·미션 보상을 받고 20분쯤 타면 700마일리지가 쌓인다. 한 달 최대 지급액은 2만점. 이걸로 자체 상점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우, 백화점 상품권 등을 살 수 있다. 이 회사는 “세 달쯤 운동하면 마일리지로 1+등급 한우를 살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우 600g이 8만2000점인데, 가입 축하금(2만점)과 3개월간 매일 자전거를 타면 최대 6만점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나두 측은 “금전적 보상이 있으면, 없을 때보다 9배 더 많이 운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동기 부여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며 “올해 1400억원 매출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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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돈 드립니다’ 토큰 이코노미의 확산
기업이 직접 돈을 지급해가며 소비자의 시간과 행동을 사는 ‘토큰 이코노미’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엔 운동 서비스를 홍보하려면 소위 ‘몸짱’이 된 남녀 모델을 앞세워 열심히 운동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동기를 부여했지만, 이젠 노골적으로 ‘운동하면 돈을 준다’는 미끼를 내걸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은 운동뿐 아니라 게임, 교육 등 각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이미 돈 버는 게임인 ‘P2E(Play to Earn)’가 대세가 됐다. 원래 게임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성장·획득·교류 같은 각종 재미 요소를 부여해 이용자를 끌어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게임하면 돈을 준다’며 이용자들을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가상 화폐 ‘무돌코인’을 50개씩 지급했던 스마트폰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삼국지)는 지난해 구글 앱 장터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슷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돈 버는 게임’은 사행성 때문에 불법이라 일부 게임이 앱 장터에서 퇴출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게임사 마케팅 담당자는 “이전에는 광고를 통해 어렵게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이용자가 재미를 느껴 충성 고객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식이었지만, ‘돈 주는 게임’은 인센티브가 강력하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고 충성 고객이 될 때까지 이용자를 단단하게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운동·게임·습관 만들기 등 각 분야로 확산
최근 MZ세대와 기업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습관 형성 앱 ‘챌린저스’도 금전적 보상이 사업 모델의 핵심 축이다. 이용자들은 참가비(1만원 이상)를 걸고 ‘1만보 걷기’ ‘아침 7시에 일어나기’처럼 본인이 습관을 들이고 싶은 미션에 참가한다. 그리고 참여자끼리 스마트폰으로 이를 실행했음을 인증한다. 목표 달성률이 85%가 안 되면 참가비 일부를 잃고, 100% 달성하면 참가비 환급과 함께 추가 상금을 준다. 이 같은 구조로 작년 말까지 누적 가입자 97만명에, 누적 거래액 1958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토큰 이코노미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직장에서 버는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조차 살 수 없는 현실에서, 가외 시간에 코인·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등 각종 보상에 민감해진 이용자들이 있다. 단지 게임하고, 운동하고,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돈까지 얹어준다’는 식의 접근이 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상으로 제공하는 가상 화폐 발행이 한결 용이해진 것도 주요 요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무형의 재화를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고 했다.
☞토큰 이코노미
특정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무형 가치와 교환이 가능한 토큰(token)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것. 마일리지, 쿠폰, 가상 화폐 등이 보상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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