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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훔쳐보고 있었다

황태자의 사색 2022. 1. 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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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훔쳐보고 있었다

사용자 속이고 위치정보 수집… 美사법당국 소송 제기

입력 2022.01.26 03:00
 
 
 
 
 
/일러스트=박상훈

미국 워싱턴DC와 텍사스, 워싱턴, 인디애나 검찰은 구글이 사용자 몰래 위치 정보를 수집·이용했다며 24일(현지 시각) 소송을 제기했다. 미 사법 당국은 사용자가 위치 추적을 거부해도 구글이 계속 위치 정보를 수집해 돈벌이에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기업 모토를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를 기만해왔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혐오·폭력을 조장한 메타(옛 페이스북), 아이폰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10대 왕따 문화를 부추긴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빅테크 규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사용자 속이고 위치 정보 수집

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2014년부터 사용자가 위치 추적을 거부하더라도 검색·지도·크롬 브라우저·유튜브 같은 구글 서비스와 GPS(위치 추적 시스템)·와이파이·블루투스 접속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왔다. 구글이 사용자들에게 위치 정보 제공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속이고, 실제로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정보를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맞춤형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은 자사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구글 앱이 설치된 애플 아이폰 등 모든 스마트폰에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워싱턴DC 검찰은 위치 정보 수집에 대한 구글 내부 문건 등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하면서 “구글에 벌금을 부과하고 불법적인 위치 데이터 수집 관행을 중단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구글은 즉각 반발했다. 호세 카스타네다 구글 대변인은 “계정 설정과 관련해 부정확하고 오래된 주장을 근거로 제기된 소송”이라며 “구글은 제품에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내장하고, 위치 정보에 대한 강력한 제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을 속이고 돈벌이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는 빅테크는 구글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10대들의 또래 문화를 악용해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애플은 아이폰의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아이메시지’에서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파란색 말풍선이 뜨도록 하고, 아이폰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보낸 메시지는 녹색으로 표시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10대 사이에서는 녹색 말풍선이 뜨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됐다”면서 “애플이 이를 이용해 어린 소비자를 애플 기기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는 지난해 내부 고발을 통해 자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 10대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명까지 변경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인도에서 자사 브랜드 제품을 더 팔기 위해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가 하면 입점 업체들의 내부 정보를 빼돌리고, 제품 디자인까지 베낀 사실이 드러났다.

 

◇빅테크 손발 묶는 법안 속속 추진

시장을 독점하고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빅테크 업체들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각국의 규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20일 빅테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제정되면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검색에서 먼저 보여줄 수 없고, 애플·구글도 앱 장터에서 자사 앱을 위에 올릴 수 없게 된다. 앞서 미 연방거래위원회는 18일 “기업 결합 심사를 강화하겠다”면서 빅테크 기업의 문어발식 M&A(인수·합병)를 정조준했다. 유럽의회도 빅테크가 맞춤형 광고를 위해 사용자의 인종·종교 같은 개인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금까지 빅테크를 겨냥했던 수많은 법안이 무산됐지만, 이들의 독점과 청소년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면서 올해는 다른 국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