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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시장 판도 바꾸는 사람들...임영웅 대신 전인권 노래 산 이유

황태자의 사색 2022. 2. 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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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시장 판도 바꾸는 사람들...임영웅 대신 전인권 노래 산 이유

음원IP 전문은행 꿈꾸는 비욘드뮤직
미발매 음원 시장 개척하는 써밋플레이
”음원 창작 생태계에 긍정적 변화” #에그스토리

입력 2022.02.05 14:00 | 수정 2022.02.06 10:00
 
 
 
 
 
비욘드뮤직 이장원(왼쪽), 이재륜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위워크 사무실에서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원 은행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라디오로, 멜론으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연예기획사와 작곡자나 가수 등 창작자들에게 이 수익이 돌아간다. 저작권을 ‘쥐고’ 있는 건, 기획사들이다. 이 시장에 서서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음원IP(지식재산권)에 집중한 국내 기업 비욘드뮤직이 설립 1년여 만에 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들은 음원IP를 대량으로 사서 관리하는 ‘음원 전문은행’을 꿈꾼다.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음원을 사고파는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회사도 등장했다.

◇ “음원IP 가치 제대로 평가해 창작 마중물 되겠다”

비욘드뮤직을 설립한 이장원(29), 이재륜(36) 대표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이장원 대표는 취미를 살려 창업한 디지털 악보 판매 플랫폼 ‘마피아(마음만은 피아니스트) 컴퍼니’를 7년여간 운영하면서 음악 저작권 사업에 눈을 떴다. 2020년말 미국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로 활동하던 이재륜 대표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원IP와 금융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했다.

- 어떤 회사인가.

“우량하고 검증된 음원 IP를 다수 확보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회사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비롯해 김현식, 이수영, 이소라, 윤하 등이 부른 음원IP 2만3000여개를 확보했다. 시장에서 평가한 가치만 700억원이다. 지난해 멜론, 벅스 등 서비스에 제공한 노래들로 약 50억원 저작권료 수익을 냈다.”

- 연예기획사가 하는 일 아닌가.

“기획사는 아티스트와 계약을 통해 아티스트에 맞는 음원을 낸다. 우리는 아티스트와 무관하게 음원IP를 직접 사서 관리한다. 이 음원을 리메이크하거나 게임, 드라마OST에 삽입하는 등 음원 가치를 더 키우는 일을 한다.”

- 음원IP도 자산으로 가치가 있나?

“이미 해외 성공 사례도 있다. 영국 힙노시스 송스 펀드는 런던주식거래소(LSE)에 상장된 음원IP 펀드로 히트곡 6만 개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안정적인 음원 수입을 배당하는 이 펀드 가치는 무려 3조원에 달한다. 이들을 벤치마킹했다.”

음원IP는 주로 ‘저작권’이라는 용어로 통용되지만, 구체적으로는 저작권, 저작인접권, 실연권으로 나뉜다. 저작권은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등에게 있고, 저작인접권은 음원을 만든 기획사나 제작사가 갖는 권리, 실연권은 실제 노래하거나 연주한 이가 갖는 권리다. 지금까지는 이런 권리가 제대로 된 가치로 평가받지 못했고, 거래할 수 있는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비욘드뮤직 이장원(왼쪽), 이재륜 대표는 화이트보드에 사업을 설명하면서 "계절을 타거나 반짝 흥행에 그치는 노래도 있지만, 1만곡이 넘는 음원IP가 쌓이면 안정적이고 성장하는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 노래를 무작정 사서 모으는 건가.

“아무 노래나 사는 것은 아니다. 3~5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엄선된 ‘명곡’ 확보를 목표로 한다. 계절을 타거나 반짝 흥행에 그치는 노래도 있지만, 1만곡 넘는 음원IP가 쌓이면 안정적이고 성장하는 자산이 된다.”

- 사업성은 인정받고 있나?

 

“제도권 금융 투자사들은 진작 가능성을 알아봐 줬다. 작년 회사 설립 당시에 KB증권,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메이븐 그로쓰파트너스로부터 650억원을, 지난달에는 사모투자회사 프랙시스 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비욘드뮤직은 작년 1월 설립됐다. 1년도 채 안 된 작년 12월 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보통 스타트업이 이 정도 규모 투자를 받았다면 가치 평가는 1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다. 시장에서 우수한 음원IP의 가치를 그만큼 인정해 준 셈이다.

- 음원 시장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우리 서비스가 음악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는 창작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기획사로부터 선급투자를 받아 음원 제작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창작자들에게 음원IP 판매를 통해 새로운 제작비 조달 기회를 제공한다. 제대로 된 거래 시장이 없어 제값을 받지 못했던 음원IP를 판매해 음원 제작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창작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겠나.”

-앞으로 목표는 뭔가.

“아직은 국내 음원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아시아권 명곡들을 모을 계획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원 은행으로 키우고 싶다.”

◇음원 누구나 사고파는 플랫폼 나오나

오태현 써밋플레이 대표는 “무명 작곡가도 음원 자체로 검증받아 이름을 알릴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써밋플레이 제공

작년 9월 설립된 써밋플레이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음원IP를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음원 판매업체에 등록되지 않은 음원 저작권도 시장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 어떤 서비스인가.

“경매 방식으로 미발매 음원과 저작권을 거래해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음원을 발매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 누구나 쉽게 음원 발매가 가능한가.

“플랫폼에서 음원 발매 과정을 안내하고, 녹음실이나 리듬, 음정 믹싱 전문가 등 관련 업체 소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인이 음원 발매하려면 기회도 제한되고 너무 비싼 금액을 내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컸다. 그런 부분을 허물자는 취지다.”

-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창작자 명성이나 인맥과 상관없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수한 음원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미스트롯’ 같은 오디션에 나갈 때 플랫폼에서 자신한테 맞는 곡을 사서 나갈 수 있게 된다.”

- 플랫폼에 올라간 음원이 무단 복제되거나 유출될 수 있지 않을까.

“등록된 음원은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만들어 무단 복제나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 이런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 계기가 뭔가.

“무명 작곡가도 음원 자체로 검증받아 이름을 알릴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싶었다.”

이런 서비스들이 나타나면서 음원 창작 생태계에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음반 유통사 관계자는 “기존 음원 시장 관행과 차별화되는 시도들이 나오면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