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부시 바보 아니냐”… 당시 야당 바이든의 반전 대답 [왓칭]
[타인의 취향]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
‘영잘알’ 기자의 선택은 ‘디어 헌터’ ‘행오버’
미 의원 동성 배우자에 ‘왕의 남자’ 선물했더니 뜻밖에...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늘은 미국 펜실베니아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출신으로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TV조선 청와대 출입기자를 거친 최우석 조선일보 미래기획부장에게 미국 영화 이야기를 듣습니다.
1.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서 정치 경제 산업부와 TV조선 정치부 등을 거쳐 지금은 조선일보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를 담당하는 미래기획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TV조선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내면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와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를 탑승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직후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자서전 ‘마이 웨이’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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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영화를 자막없이 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살았던 덕에 영어로 제작된 영화는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우쭐한 마음에 번역 오류를 찾는답시고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스포츠 경기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처럼 “오역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영화를 즐기게 됐습니다.
3. 평소 국내 OTT의 자막 번역 수준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4. 위싱턴 특파원, ALC 담당 미래기획부장을 하면서 수많은 글로벌 리더들을 만났을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2008년 여름 백악관에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직전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제가 준비한 인터뷰 첫 질문도 당연히 독도 문제였는데, 부시 대통령이 제 질문을 받기도 전에 제게 선물을 주겠다며 독도의 국가 표기를 한국으로 원상회복시켰다고 밝혔습니다.
5. 만나본 인물 중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 있으세요?
2003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조지프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제가 인터뷰하는 도중 유럽 기자들이 몰려와서 바이든에게 “부시 대통령이 바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유럽 기자들이 2시간동안 똑 같은 질문을 퍼부었는데, 바이든은 제게 가지 말고 기다려달라며 제 팔을 붙잡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기자들에게 “부시 대통령이 나와 소속 정당이 다르지만 내가 해외에 나와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2시간 내내 똑 같은 말을 했습니다. 훗날 부시 대통령에게 이 에피소드를 말해줬더니 “바이든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엄지 척’ 했습니다. 미국 국가 지도자들의 품격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6. 미국이 무엇인가, 미국인이란? 이런 질문에 힌트를 줄 만한 작품을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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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최애 작품은 로버트 드니로, 메릴 스트립, 크리스토퍼 월큰이 출연한 1978년작 ‘디어 헌터’입니다. 미국 피츠버그에 사는 러시아 이민자들의 삶과 국가의 징집 명령에 따른 개인의 희생, 그리고 사랑과 아픔을 공유하는 지역 사회의 모습이 켜켜이 담겨 있습니다. 비록 40여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미국을 지탱하는 힘을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러시아 이민자를 한국 이민자로 대체해서 보면 더 와 닿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다시 정주행 했는데, 그때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7. OTT에서 본 작품(영화, 드라마, 다큐)중 조선일보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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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한국계 켄 정이 출연한 2009년작 더 행오버(The Hangover)를 추천합니다. 완전 미국식 코미디물인데, 엄청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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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얘기지만, 한국 영화 덕에 미국에서 어려운 인터뷰가 성사된 적도 있습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 당시 월스트리트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美 하원 재무위원장 바니 프랭크 의원, 인터뷰 따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프랭크 의원의 동성 배우자에게 2005년 개봉된 ‘왕의남자’ CD를 선물했습니다. 그가 영화를 본 뒤, “한국에도 이런 품격 높은 문화가 있었다는 데 놀랐다”면서 인터뷰를 주선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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