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어공’에겐 갑질해도 되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장인 김병욱 의원이 지난 7일 선대위 입장이라며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지운 글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이다. 해당 글은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 ‘황제의전’ 의혹에 연루된 배모 사무관과 갑질 피해를 주장한 A비서관이 각각 어공과 늘공이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은 오류라고 했다. 실제로는 둘 다 어공이라는 것이다. 소위 ‘내리꽂은 인사’가 시험을 거쳐 어렵게 공무원이 된 사람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공분이 많았던 것에 대한 해명처럼 읽혔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어공이 늘공에게 갑질하는 건 안 되는데, 어공이 어공에게 하는 건 괜찮나?
정작 당사자인 공무원들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공무원을 대변하는 양대 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여태까지 단 한 줄의 관련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합쳐서 조합원 수 23만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 이들이 원래부터 조개처럼 입 다물던 조직은 아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인 전공노는 공무원 관련 일이 아니어도 논평을 내곤 했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가석방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 때에는 각각 ‘사면 복권’과 ‘즉각 철회’를 강력 촉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의 비공식적인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지난 3일 전공노 경기도청지부 홈페이지에는 ‘경기도청 전 공무원 제보 관련 입장’이란 글이 올라왔다. “참으로 분노스럽다”며 “비서실 소속이든, 정무직이든, 임기제 공무원이든, 일반직 공무원이든 공직 사회에서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분리는 너무도 당연하다. 갑질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했다. 전공노의 공식 입장은 아니고 ‘지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었다.
이런 분노는 꽤 오래 전 조합원 공지에도 남아있었다. 2018년 9월 ‘비서실의 갑질 사례를 접수한다’며 올라온 공지는 “’노동존중’ ‘노동권익’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철학인데 그의 도정 수행을 보좌하는 비서실에서 무례한 태도 사례가 자주 들려온다”는 내용이다. ‘막말과 모욕감을 주는 태도에 직원들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근무하는 비서실 직원이 해외 연수도 갔다’ ‘지사와 직원들과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 ‘과장 전결 사항까지 비서실을 통해 지사에게 보고한다’ 등 수많은 불만 사항을 당시 이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공지들도 있었다.
최근 이 후보와 선거 캠프는 황제의전 논란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배모 사무관 한 명의 ‘과잉 충성’으로 짚었다. 그러나 그런 갑질을 직접 겪은 공무원들의 불만을 수년 동안 방치해 온 건 이 후보 자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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