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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황태자의 사색 2022. 2. 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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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중앙일보

입력 2022.02.11 00:14

지면보기지면 정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선거 정국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최근 개봉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와 같은 제목인,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2011년 영화 ‘킹메이커’다. 원제인 ‘The Ides of March’는 시저가 부하인 브루터스에게 살해당하며 “브루터스, 너마저…”라는 말을 남겼던 기원전 44년 3월 15일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선 좀 더 ‘장르적인’ 제목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킹’이 아니라,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인 ‘킹메이커’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이다. 그는 경선에 나온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유능한 홍보 담당관이다. 어느 날 상대 진영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스티븐은 점점 진흙탕 같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수많은 ‘부적절한’ 일들에 휩싸인다. 여기서 ‘킹메이커’는 정치를 지독하게 냉정하게, 아니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보수와 진보? 현실과 이상? 이런 가치의 대립은 모두 허상일 뿐이다. 국민? 대중? 그들은 속임수와 사탕발림의 대상일 뿐이다.

그영화이장면

우리 시대의 정치라는 것은, 특히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모습은 협잡꾼이나 다름 없으며, 후보자들은 이미지 메이킹으로 감싼 권력욕의 화신들이다. 모든 것은 거짓된 쇼다. 자신이 모시던 후보만은 ‘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스티븐은 이 슬픈 진실을 깨닫는다. 여기서 영화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끝난다. 그곳엔 비정한 ‘정치 기계’가 된 자의 영혼 없는 눈동자가 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