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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용기 수거 세트 내놓으니 ‘대박’… 화장품 빈병, 먹고 난 그릇 알아서 가져갑니다

황태자의 사색 2022. 2. 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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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용기 수거 세트 내놓으니 ‘대박’… 화장품 빈병, 먹고 난 그릇 알아서 가져갑니다

친환경시대 달라진 기업들

입력 2022.02.15 03:00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햇반과 용기 수거 상자를 함께 묶은 상품을 내놨다. 소비자가 사용한 용기 20개를 수거 상자에 담아 QR코드를 찍은 뒤 집 앞에 두면 택배기사가 용기를 회수해간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1일 햇반 용기를 수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햇반과 수거 상자가 들어 있는 기획 세트를 산 후 다 쓴 햇반 용기 20개 이상을 상자에 담아 집 앞에 두면 수거하는 방식이다. 햇반 용기가 일반 쓰레기처럼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일이 많아지자 회사가 직접 거둬들여 재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한 달간 수거 상자와 함께 팔린 햇반은 26만개. 이 기간 CJ더마켓에서 팔린 햇반의 40%에 달한다. 이 기획 상품 후기에는 ‘잘 모아서 재활용에 동참하겠다’는 내용이 많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실제 회수 신청자가 얼마나 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친환경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자사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 집에서 직접 빈 용기를 수거해가는 곳이 늘고 있다. 소비자가 공병·빨대 등을 모아 제조업체로 보내는 ‘화장품 어택’ ‘플라스틱 어택’ 같은 운동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화장품·생수 빈병도 집에서 수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10월 재활용 전문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화장품 공병 수거를 시작했다. 매장에 방문해 반납하거나, 공병 3개를 모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집 앞에 내놓으면 된다. 근처에 매장이 없으면 반납률이 떨어지는 만큼 집에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실제 최근까지 회수한 공병의 97%가 온라인으로 신청된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매장에서만 공병 반납이 가능했던 이니스프리도 작년 6월부터 온라인으로 수거 신청을 받고 있다.

생수를 정기 배송하는 김에 다 쓴 생수병을 회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작년 5월 회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롯데칠성음료도 작년 8월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아이시스 생수병을 회수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 정기 배송 고객의 6% 정도가 회수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올해 그 비율이 8% 정도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11개 식당에도 전용 수거함을 두고 배송 담당자가 직접 빈 생수병을 회수하고 있다.

 

매일유업·서울우유·삼육식품 등은 작년 말부터 환경부와 함께 소비자가 우유팩·두유팩을 모아 쇼핑몰 닥터주부에 보내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유나 두유 포장재인 종이팩은 기존에는 학교 급식에서 대량으로 배출돼 재활용이 쉬웠지만 코로나 이후 재활용률이 급감했었다.

작년 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문을 연 '시리얼 리필 스테이션'.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에 시리얼을 담으면 무게당 가격으로 계산해준다. /농심켈로그

◇플라스틱 빨대·칼, 소비자 요구로 변경

포장 없이 내용물만 파는 매장인 ‘리필 스테이션’도 속속 생기고 있다. 세제나 화장품 등을 살 때 직접 빈 통을 들고 와 내용물을 담은 뒤 무게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니스프리는 작년 말과 이달 서울에 잇달아 리필 스테이션을 열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작년 10월 서울의 한 매장에서 세제를 파는 리필 스테이션 운영을 시작했다. 농심켈로그는 작년 말 시리얼 리필 스테이션을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 열었다. 이색 매장이라는 인식에 인기도 좋아 인스타그램에 ‘리필스테이션’을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소비자 요청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케이크를 사면 기본으로 주던 플라스틱 칼을 고객 요청이 있을 때만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지난해 11월 SNS(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들이 벌인 ‘롤케이크 빵 칼 OUT’ 캠페인의 영향이다. 당시 캠페인 참여자들은 빵 칼을 수십 개씩 모아 본사에 택배로 보냈다.

매일유업은 플라스틱 빨대를 줄여달라는 소비자 요청에 어린이 요구르트 ‘엔요’와 일부 우유팩 제품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CJ제일제당도 소비자 요청에 재작년 추석부터 명절 선물용 스팸 세트에서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다. 현재 모든 스팸 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