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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선 넷플릭스의 ‘마이네임’이 상영되고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이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가 초청된 건 처음. 스크린 한가운데 떠오른 넷플릭스의 ‘N’은 기성 영화계를 향해 “세상은 OTT가 점령했다”라고 선포하는 듯했다. 그러나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벅차오른 것도 잠시, 곧 초조해지고 말았다.
경찰 역할의 한소희가 차량을 운전해 경찰서로 돌아오는 장면이 문제였다. 운전 장면과 그가 경찰서 복도를 걷는 장면 등이 대사 없이 약 50초간 이어졌다. 10초, 20초…. 차오르는 시간과 함께 ‘이상한 욕구’가 턱 끝까지 차올랐으니, 그것은 마법의 버튼 ‘10초 건너뛰기’를 누르고 싶다는 욕구였다.
OTT는 시청 편의를 제공하고 콘텐츠 소비를 촉진할 목적 등으로 10초 건너뛰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고속재생 기능과 상승 효과를 내며 시청 형태의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인터넷엔 8시간이 넘는 10부작 시리즈를 두 기능을 활용해 4시간 만에 주파했다는 식의 ‘속도전 무용담’이 넘친다.
이런 시청 형태가 병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단 몇 초의 지루함도 참지 못하는 증세는 강박증이 결합된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유사하다는 것. 그러나 이를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MZ세대의 ‘행위 중독’ 탓으로만 돌려야 할지는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