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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이 놀던 이곳…홍대 이태원 다 제치고 부활했다 [핫플레이스]

황태자의 사색 2022. 2.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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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이 놀던 이곳…홍대 이태원 다 제치고 부활했다 [핫플레이스]

압구정 로데오 상권의 부활

브런치·퓨전한식 맛집마다
식사 시간이면 긴 대기줄

임대료 낮추기 운동으로
유명셰프 잇따라 자리잡아

홍보대행사 밀집 지역
`패션피플` 자발적 홍보

  • 강영운 기자
  • 입력 : 2022.02.18 17:07:19   수정 : 2022.02.18 23:25:40
 
 
요즘 뜨는 곳으로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를 떠올린다면, 유행에 뒤처진 사람일 수도 있겠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서울 압구정 로데오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뜨거운 저녁 열기 속 술자리로도 압구정 로데오는 '원픽'으로 꼽힌다. 달콤한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개성 넘치는 식당들도 속속 자리 잡으며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1990년대 '오렌지족'의 주 무대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압구정 로데오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활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16일 점심시간에 방문한 압구정 로데오는 그야말로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대기 줄이 늘어선 상황이었다. 청담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브런치뿐만 아니라 돈가스, 퓨전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앞세운 레스토랑이 성황을 이루었다. 독보적인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소는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꽁티드툴레아였다. 서울 한복판에서 전원주택의 정원을 느낄 수 있는 집으로, '셀카 맛집'으로도 정평이 났다. 와플·파스타·샐러드·토스트를 레스토랑만의 레시피로 재해석해 음식 평도 좋다. 이 집의 단골을 자처한 30대 직장인 백수연 씨는 "겨울에도 대기 줄이 길지만, 봄·가을보다는 나은 편이어서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꽁티드툴레아 근처에도 맛집이 즐비했다. 한식을 재해석한 메뉴로 압구정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은 호족반이 있다. 트러플 감자전·봉골레 칼국수·바삭새우만두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맛집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인근 직장인들이 대기 줄을 서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카츠바이콘반·보메청담·오아시스 역시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도록 하는 집이다.
 


개성 넘치는 식당들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압구정 일대가 과거 명성을 되찾고 있다. 압구정 식당 밀집 지역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날 방문한 압구정 로데오는 옛 명성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압구정 로데오는 1988년 국내 맥도날드 1호 매장과 한국 최초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이 들어서는 등 신문물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였고,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비싼 임대료 때문에 공실률이 늘어났다. 인근에 가로수길이라는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압구정 로데오의 부진은 깊어져 갔다. 부활의 키워드는 임대료 인하에 있었다. 2017년부터 임대인 10여 명이 모여 임대료를 최대 50% 낮추는 운동에 나서자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하기 시작했다. 유명 셰프들이 압구정 로데오에 새로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특히 이 지역 인근은 패션 홍보대행사가 많고,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업계 종사자가 자주 찾는 장소라는 점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유행에 민감한 패피(패션피플)가 나서서 소셜미디어에 홍보하면서 이곳 레스토랑도 전국구로 명성을 알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홍대·이태원 등 클럽 위주 상권들이 영업정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압구정 로데오가 반사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클럽 주도 상권들이 주도권을 잃어 가면서 압구정 로데오의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들이 계속 주목받고 있다"며 "다른 지역들과 달리 최근 공실률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과거 의류 위주의 압구정 로데오 상권을 이제는 식음료가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압구정 로데오에서 성공을 거두고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성공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도넛 맛집으로 이름을 알린 카페 노티드가 대표적이다. 청담 본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국 12곳으로 지점을 확대했다. 신설 매장마다 대기를 부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에도 매장을 내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추세다.

핫한 분위기는 밤에도 느낄 수 있었다. 압구정 로데오의 명물로 통하는 백곰막걸리는 저녁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은 2층 전원주택 분위기의 술집으로, 전통 막걸리를 주종으로 하는 장소다. 최대 300여 종에 달하는 전통주를 앞세워 젊은 세대 공략에 성공했다. 인근 포장마차나 식당 역시 빈자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코로나19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아쉬움이 남은 젊은이들이 맥주병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술 손님을 거의 찾을 수 없는 홍대나 이태원과는 분위기부터 확연히 달랐다. 이날 술집을 찾은 20대 직장인 백지훈 씨는 "전통 상권으로 통하는 건대나 신촌, 홍대는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이곳은 예전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다양한 음식과 주종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빵집 전성기? 떡집의 반란

내비게이션 분석해보니…압구정공주떡, 방문 톱7

지난달 가장 많이 방문한 간식점(제과점·빵집·떡집) 중에서 압구정공주떡이 떡집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베이커리 초강세 속에 전통 떡집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18일 한국데이터거래소(KDX)가 교통 정보 서비스 티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압구정에 위치한 압구정공주떡은 지난달 가장 많이 방문한 간식점 7위에 올랐다. 전통 떡집이 간식 최다 방문 순위권에 오른 건 이례적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떡집은 순위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었다. 그만큼 압구정공주떡 입소문이 강력했다는 방증이다.


최근 압구정 로데오 상권이 부상하면서 압구정공주떡이 '떡 맛집'으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10위권에 든 간식점 중 9개는 전부 '빵집'이었다. 전통 지방 빵 맛집인 이성당(군산), 성심당(대전), 혜경궁베이커리(경기 화성)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압구정공주떡은 압구정에 있는 떡집이다. 1965년부터 올해 57년째 성업 중이다. '떡은 맛과 멋의 예술'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떡을 만들고 있다. 대표 메뉴는 흑임자인절미와 사과시루떡이다. 쫀득쫀득한 식감으로 이미 지역 주민에겐 유명한 집이다.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안산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원기섭 씨는 "압구정에 볼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떡을 사간다"면서 "흑임자인절미를 가족과 함께 먹으면서 주말을 보낼 것"이라며 웃었다.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