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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핵인싸' 달리와 K팝 아이돌 세계관이 닮았다고요?

황태자의 사색 2022. 2. 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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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핵인싸' 달리와 K팝 아이돌 세계관이 닮았다고요?

DDP 전시관서 내달 20일까지 살바도르 달리전

흘러내리는 시계와 같은
비밀스러운 상징 작품에 숨겨
상상·현실 넘나들며
다채로운 해석으로 팬덤 형성
21세기 젊은 세대도 열광

  • 이한나 기자
  • 입력 : 2022.02.18 17:13:57   수정 : 2022.02.19 06:15:45
     
 
 
미국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1928~1987) 이전엔 이 남자가 있었다.

회화는 물론 동화책 삽화, 뮤지컬, 영화, 광고 등 전방위로 맹활약했던 20세기 '핵인싸(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리는 사람)'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 말이다. 스페인 출신의 초현실주의 대가 달리는 슈퍼스타처럼 유명세를 떨치고 넘치는 자신감과 각종 기행(奇行)으로 평생 주목받았다. 워홀이 예술과 상업의 결합으로 본격화한 팝아트의 씨앗을 뿌린 인물로도 평가된다.

달리 회고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3월 20일까지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 재단이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피게레스에 있는 달리미술관과 미국 플로리다 살바도르 달리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 소장품 중심으로 유화와 설치작품, 영상, 사진 등 총 140여 점을 모았다. 총 10개 주제를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달리를 독특한 수염으로 눈길을 끌었던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으로 평가절하하기보다 산업화 과정에서 다양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평생 탐구했던 예술가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피카소를 흠모해 입체파 영향을 받은 초기 작품부터 여러 개 거울을 두고 작업했다는 인상파 분위기의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1919), 밀레의 '만종'에서 느꼈다는 불안감을 본인 작품에 고스란히 담은 '슈거 스핑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돈키호테' 책 삽화에 이르기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초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초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1982). [사진 제공 = 지엔씨미디어 살바도르달리전]
아울러 그에게 영감을 줬던 '뮤즈' 아내 갈라를 등장시킨 연작들도 흥미롭다. 동료 예술가의 아내였던 갈라는 달리가 첫눈에 반한 평생의 사랑이었다.

1947년 작품인 '네로 코 주위의 탈물질화'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건에서 충격을 받아 그렸다. 회화를 통해 핵분열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꽤 참신하다. 이 밖에도 '갈라의 발(입체적 작품)'처럼 왼쪽과 오른쪽 눈이 비슷한 다른 그림을 보도록 한 그림조합 실험도 관람객들 발길을 끈다.

흘러내린 시계가 등장하는 달리의 대표 작품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쉽지만 다양한 원화 작품을 통해 연대기 순으로 달리의 예술세계를 다채롭게 펼쳤다.

특히 상상력이 가미된 환상의 세계를 그렸다는 점에서 현대 대중문화와도 연결된다. 온라인게임이나 판타지 소설, K팝의 세계관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100년 전 초현실주의 거장과 쉽게 소통한다.

월트디즈니와 작업하던 애니메이션의 재현과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제안으로 꿈속 장면을 그린 모습, 당대 인기 여배우 메이 웨스트를 구현한 방의 디자인 등 그의 다채로운 활동이 이 시대에 맞게 종합적으로 제시됐다.


예를 들어 목발, 사이프러스 나무, 줄넘기하는 소녀 등 손톱처럼 작게 감춰진 이미지들은 수수께끼 풀듯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게 만들고, 다른 작품과 연결되는 면모도 보인다. 그의 전매특허와 같은 흘러내리는 시계는 이번 전시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초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초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1982)에서 메디치 조각상 귀에 걸려 있기도 하다.

권경미 이화여대 스크랜튼대학 글로벌한국학과 교수는 "K팝 아이돌이 팬덤을 키워나가기 위해 내세운 세계관처럼 달리의 작품에는 수많은 상징 속에 그의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이를 통해 팬들과 비밀스러운 소통을 이뤄가는 재미가 마치 K팝 아이돌의 세계관을 연상시킨다"면서 "초현실주의 대표작가의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그의 세계관이 현대 대중문화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젊은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