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리더의 소통] 삶의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황태자의 사색 2022. 2. 19. 10:59
728x90

[리더의 소통] 삶의 바닥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팬데믹에 `회복 탄력성` 주목
감정의 근육으로 키울수 있어
인생에서 위기는 불가피한것
힘들수록 의미·목적 찾아야

  • 입력 : 2022.02.19 00:04:02
  •  
 
어머니가 또 쓰러지셨다. 팬데믹 와중이라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면회는 물론 간병인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중환자실과 입원실을 거쳐 결국 재활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몇 년 전 힘겨운 재활 과정을 거친 뒤 걸어서 퇴원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연세 때문에 그런 투혼을 바라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병실로 들어가는 어머니 손에 꼭 쥐어있던 휴대전화기가 유달리 마음에 남는다. 면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 휴대전화기는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소통 수단이다. 새벽이나 늦은 밤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나면 마음이 무겁고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다. 급하지 않은 약속은 대부분 취소하고 페이스북 활동도 잠시 멈췄다. 지금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무력감이 더 괴롭게 만든다.

최근 셰릴 샌드버그의 버클리대 졸업식 축하연설 동영상을 다시 봤다. 하버드대 우등생 출신에 구글을 거쳐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오르며 실패를 모르던 그녀도 비극을 겪었다. 휴양지에서 낮잠을 자는 사이 남편이 혼자 운동하다 심장마비로 급사한 것이다.

충격과 자책감의 깊은 늪에 빠져 있을 때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훈련이었다. 그녀는 심리학자와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3P에서 빠져나오라는 충고가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남편의 사고를 '내 탓이라 자책하지 말라(Don't personalize it)', 남편을 잃은 상처와 우울함이 아이들과 직장 생활에까지 만연해서는(pervasive) 곤란하다는 것, 모든 감정은 일시적이며 영원하지(permanent) 않다는 3P였다. 그 결과 죽음이란 어려움과 삶의 공허함 속에서도 기쁨과 의미를 찾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은 요즘 미국에서 최고의 화두이다. 팬데믹 시대에 쓰러지고 좌절하는 개인과 기업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강풍이 불었을 때 뿌리가 뽑히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휘청거렸다가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나무들도 있다. 회복탄력성의 차이다. 기업들의 인재상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다. 학습능력과 특정 지식이나 기술, 인격, 분석 능력, 사회성, 여기에 회복탄력성 항목이 추가되었다.

인간과 조직의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육체의 근육처럼 마음과 감정, 심리도 훈련에 따라 강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곧 '감정의 근육(emotional muscle)'이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혹독한 시기에 울부짖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로 향하는 마음이다.

미국 기업에서 회복탄력성 교육의 상당수는 빅토어 프랑클의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유대인 출신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다. 수용소의 비루한 현실과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그는 생존을 위해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며 비틀거리는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그를 버티게 한 건 전쟁이 끝난 뒤 강제수용소 심리학을 강의하는 상상 속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의미치료'라는 독창적인 마음 치료법을 개발해냈다.

진정한 스승은 학교에 있지 않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 보면 스스로 깨닫는 게 있다. 건강을 잃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사업에 실패하고, 직장을 나와 보면 비로소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벽돌로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위기는 인생이란 순환 구조의 어쩔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그래야 할 이유가 없는데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런 마음 습관은 알게 모르게 정신을 좀먹고, 건강을 잃게 한다. 힘들수록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살다 보면 위기가 오듯, 뜻밖의 반전도 생긴다.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예기치 않은 기회도 찾아온다.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감정의 근육을 길러보아야 할 때다. 봄날이 머지않았으니까.

[손관승 리더를 위한 하멜 오디세이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