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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약을 더 먹게 된다면?… 슬픈 노년 ‘쓰리苦'

황태자의 사색 2022. 2. 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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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약을 더 먹게 된다면?… 슬픈 노년 ‘쓰리苦'

[행복한 노후 탐구]

입력 2022.02.27 07:00
 
 
 
 
 
100세 시대에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은퇴 후 삶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빈곤 계층으로 전락해 노후 파산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일러스트=이연주 조선디자인랩 기자

샐러리맨의 돈은 은퇴를 전후로 색깔이 바뀐다. 현역 시절에는 회사에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고 그 돈으로 생활하니까 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은퇴 시점이 임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략 현재 생활비의 70~80% 정도만 쓰겠다고 생각해도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자금이 부족하다 싶으면 은퇴 전까지 자녀 지원을 최소화하고 집 평수를 줄이는 등 대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은퇴자의 행복을 가로막아 하류 노인으로 전락시킨다는 노후 3고(三苦), 어떻게 대처해야 피할 수 있을까.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알아야 할 세 가지 은퇴 공식을 정리해 봤다.

①“밥보다 약을 더 먹게 된다”

대다수가 생각하는 노후 생활비는 본인이 건강할 때를 가정하는 것이다. 은퇴 후에 생길 수 있는 의료비 지출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하지 않는다. 생활비는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모자라면 씀씀이를 줄여가며 버틸 수 있지만, 의료비는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또 한번 발생하면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의료비가 은퇴 생활의 복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한국인의 기대 수명을 고려하면 여자는 11.6년, 남자는 10년을 유병 기간(질병이나 장애를 지닌 기간)으로 보내야 한다”면서 “유병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의료비 지출에 따른 노후 생활비도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도 “의료비처럼 한번 발생하면 충격이 큰 우발성 부채는 비슷한 자산으로 대응해야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질병이나 장애는 현역 시절에 가입해 둔 실손 의료보험으로 막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료비는 우상향 곡선, 노후 자금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대략 72세 시점에 교차하게 되는데, 72세 이후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해서 별도 준비를 하기보다는 보험 만기를 충분히 늘려 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이동운 조선디자인랩 기자

만약 가입 중인 실손보험 등 보험 상품 만기가 75~80세로 짧다면 만기가 긴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보장 내용이 예전보다 나빠졌거나 자기 부담금이 늘어나 불리할 수 있으니 갈아타기 전에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보험 통합 조회 시스템인 ‘내 보험 찾아줌’ 서비스에서 보장 대상 질병과 보장 금액, 만기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죽을 때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겠다고 자신해도 75세 전후가 되면 상황이 바뀐다. 75세에는 병을 앓을 확률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쪽 병을 치료해도 곧 다른 쪽에서 병이 생긴다.

특히 암과 치매는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에 닥친다. 이 경우엔 간병 비용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일본에선 75세 이상 고령자는 3명 중 1명꼴로 간병 서비스를 받고 있다.

 

김진웅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치매 발병의 증가는 고령 사회에서는 정해진 미래”라며 “건강을 잃으면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노후 삶의 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②”과도한 자식 사랑은 노후의 적”

“사업하는데 너무 힘들다고 해서 도와줬는데, 그다음부터는 발길을 딱 끊네요.”

나이 든 부모의 집을 담보로 맡기고 사업을 벌이는 등 부모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호시탐탐 노리는 자식이 적지 않다. 부모는 자녀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모든 자금을 쏟아붓고 만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노후 자금을 바닥내면서까지 자녀를 지원하는 일은 재고해야 한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부모의 노후 자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돕기 위해 노후 자금까지 다 써버리고 나중에 자녀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해야 한다면, 이 또한 자녀에겐 큰 마음의 짐이다. 부모가 안정적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자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은퇴 후에는 자녀뿐만 아니라, 배우자와도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엔 젊었을 때에 비해 함께 지내는 시간은 많아지는데, 배우자가 원수 같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으면 남은 인생이 불행해진다.

송승용 재무 컨설턴트는 “나이가 들어서 하는 이혼은 재산상 부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노후를 함께 보내야 할 재산을 나누게 되면 경제적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최악 상황이 되기 전에 서로 마음을 터놓고 배려하면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다.

③”속지 말자, 달콤한 거짓말”

나이가 들면 정보를 직접 알아보고 확인하기보다는 곁에 있는 사람이 해주는 말을 잘 듣게 된다. 젊은 사람에 비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사물의 좋은 면을 보는 긍정적 편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남은 인생의 길이를 생각하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사람을 쉽게 믿다 보니,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 쉽다. 사기꾼은 고령자를 상대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고, 가족보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신경 쓴다. 일본 의학 박사 히라마쓰 루이씨는 “사기꾼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말할 때는 듣기 편한 목소리와 잘 보이는 글자를 사용한다”면서 “반대로 불리한 내용은 듣고 보기 어려운 목소리와 글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준비한 소중한 노후 자금을 한 번에 날리고 비참한 말년을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